이미지 크게보기 가상으로 구현한 국제포럼 ‘문화미래리포트(MFR) 2020’ 1세션 장면. 주제 강연을 하는 패트릭 베르쿠이젠(왼쪽) 기후변화글로벌위원회 CEO와 토머스 헬러 미 스탠퍼드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사진이 대형 LED 화면에 떠 있다. 문화미래리포트 사무국 제공

■ 기후와 포스트 코로나 - 미리 보는 문화미래리포트

1세션 - 환경·보건정책

“기후변화·팬데믹 동시 발생
자연환경은 어떤 경계도 없어
모든 국가 가능한 역량 총동원
전면적·실질적 협력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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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지구의 생태 방어 시스템이 전염병을 막아줬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변화로 이러한 방어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으며, 경제 발전을 위한 무분별한 산림 파괴와 공격적인 황무지 개발로 인해 가히 재앙 수준의 생물 다양성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인간의 거주지와 야생지역 간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고, 질병 확산을 통제하기 어렵게 됐다.” (패트릭 베르쿠이젠 기후변화글로벌위원회(GCA) CEO)

“리우데자네이루 지구정상회의(Rio Earth Summit)를 통해 전 세계적인 환경보전 협력체제의 기반을 다졌으나 시간이 갈수록 불협화음만 거듭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저하와 지지부진한 저탄소 인프라 구축 등 만연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전략을 채택하기보다는 기존의 시장점유율 고수만 목표로 하는 정치적이고 재정적인 판단만이 있었다.” (토머스 헬러 미 스탠퍼드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문화일보가 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하는 국제포럼 ‘문화미래리포트(MFR) 2020’에서 기조 강연을 맡은 세계적인 석학, 전문가들은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기후 및 공중보건위기 사태에 대해 한목소리로 경고하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GCA를 이끌며 세계적인 차원에서 조정 전문가로서 기후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베르쿠이젠(51) GCA CEO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자연을 치유해야 한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2020년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각종 신종 전염병이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와 야생동물의 접점 변화로 인한 결과물로 그는 판단하고 있다.

베르쿠이젠 CEO는 “삼림 벌채, 동식물 서식지의 파괴, 상업적 목적을 위한 야생 동물 거래 등으로 전에 없던 병원균들은 인간과 더욱 가깝게 접촉할 수 있게 됐고, 종을 넘나들며 확산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후변화·에너지 정책 분야의 권위자인 헬러(76) 교수는 정치시스템의 정비를 촉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후변화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동시 발생에 대해 주목할 만한 점은 ‘더 장기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계획’이 명백하게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팬데믹은 불확실성이 있지만, 예측 가능한 리스크(위기)다. 따라서 정치 시스템에 의해 대응 계획이 준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석학들은 또 범지구적 협력과 관련해 정치·경제를 아우르는 전면적인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 간에는 물리적 국경이 있지만, 자연환경에는 어떠한 경계도 없는 만큼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협력이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으로 꼽힌다. 베르쿠이젠 CEO는 “기후변화 협약은 뭔가를 주고받는 무역 협정이 아닌 ‘단체보험’과 같은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결국 인류는 가능한 역량을 총동원해 기후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베르쿠이젠 CEO의 말이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안일하게 생각해도 되는 먼 훗날의 문제가 아니며 이제 우리는 이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의 모든 경제적, 물리적, 사회적 자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대책을 실천해야 한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이후에도 우리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송유근 기자 6silver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