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부장검사 확대간부회의서
“강요미수죄 성립될 사안인가”
수사팀 향해 잇단 반론 제기

대검과 갈등 속 내부 이견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의 사법처리 방향을 놓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갈등이 깊어진 상황에서 중앙지검 부장검사 확대 간부회의에서도 “강요미수죄가 과연 성립될 수 있는 사안이냐”며 사실상 불기소 의견이 제기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수사팀은 부장검사들의 법리검토 보고서 공유 요청을 거부하면서 중앙지검 내에서조차도 수사팀이 무리하게 법리 적용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2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앙지검은 이성윤 지검장 주재로 지난 25일 확대간부회의를 열었다.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회의에는 1∼4차장검사와 산하 부장검사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선 검언유착 수사에 대한 보고가 이뤄졌다. 당시 수사팀은 간부들에게 범죄사실이 소명돼 (한동훈 전 부산고검 차장검사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이 나온 것이고, 이를 통해 수사는 충분히 할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부장검사는 수사팀에 검언유착 의혹의 법적 근거가 된 강요미수죄를 두고 법리적으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 게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 판례상 강요죄는 행위 대상자가 상대방에게 해악을 고지하고, 이를 전달받은 상대방은 겁을 먹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해당 질문에 수사팀은 유죄를 확신할 순 없지만, 법원에서 영장이 나온 만큼 일부 소명은 이뤄졌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장검사는 대검과 수사팀 의견이 엇갈리고 확대간부회의에서 현안 보고가 이뤄진 만큼 중앙지검 간부 간 법리검토 보고서를 공유하자고 요구했으나 수사팀은 사실관계를 포함하고 있어 어렵다며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언유착 수사를 두고 질의응답은 5∼10분 만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간부는 “의아스럽다”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이 속한 중앙지검 간부들 사이에서도 검언유착 수사를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면서 기소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수사팀은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한 대검에 “자문단 소집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냈다”고 밝혔다. 수사팀이 검찰총장의 결정에 공개 반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2018년 7월부터 1년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내면서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딸 채용비리 의혹 △손혜원 전 의원 부친 국가보훈처 부정청탁 의혹과 관련해 자문단을 소집했던 행보와도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 지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정권과 여당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끌어내리고, 검찰을 길들이기 위해 무리하게 검언유착 의혹을 (기소로) 끌고 가는 느낌”이라며 “사건 수사자료도 공유가 안 되는 등 검찰 내부 분열이 심해져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