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통일부 ‘수사 의뢰’ 접수

警내부 “고발 아닌 수사의뢰
통일부 스스로 위헌소지 인정”
국내외적 거센 비판도 ‘부담’

대북전단 및 쌀 페트병 보내기 활동을 한 탈북민단체 2곳에 대해 통일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관련 자료 확인 등 내사에 착수, 혐의 검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북전단 살포 등의 행위를 두고 청와대가 엄정 대응 의지를 표명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지방자치단체도 활동 차단 조치를 발표하고 있는 만큼 경찰은 이르면 내주 중으로 정식 수사 단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헌법 정신 위반” “인권 침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둔 경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12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통일부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과 큰샘(대표 박정오) 등 탈북민단체 2곳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의 혐의를 검토하는 내사 절차에 착수했다. 경찰은 통일부에서 수사 대상으로 적시한 단체나 인사들에 대해 “곧바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이 ‘신속한 수사’를 강조한 만큼 이르면 다음 주 중으로 정식 입건 단계를 거쳐 관련자 소환 일정을 조율하는 등 수사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통상적인 내사에 해당하는 단계이나 관련 권한이 있는 정부 기관이 수사 의뢰를 한 만큼 조만간 입건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 두 단체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여부를 최우선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북전단이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만큼 경찰도 위헌 소지 등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혐의 유무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외에도 두 단체가 살포한 쌀 페트병과 풍선을 이용한 대북전단이 통일부 주장처럼 실제로 해양폐기물관리법과 항공안전법 등에 저촉되는지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북전단 등에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문재인 정부를 향해선 국내외를 망라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통일부가 고발이 아닌 ‘수사 의뢰’라는 수단을 택한 것을 두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의뢰는 혐의에 대한 의심은 들지만 명백한 증거가 부족하거나 개연성이 높지 않을 때 선택하는 수단이다.

김성훈·조재연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