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통일부가 10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한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지난 5월 31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성동리에서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제목의 대북전단을 풍선으로 띄워 북한 쪽으로 날려 보내고 있다. 뉴시스

“관련법 저촉 문제 삼은적 없어
文정부, 北 꼭두각시처럼 행동”
탈북자단체들, 고발 조치 반발

한변 “통일부 승인대상 아니다”
정교모 “법치유린 중단” 성명

역대정부도 ‘불개입’ 원칙고수

통일부가 지난 10일 대북전단을 살포해 온 탈북민단체 관계자들에 대해 전례 없는 형사 고발 및 법인 취소 등의 제재 조치에 돌입하면서 탈북민단체와 법조계에서는 “현 정부가 사실상 ‘북한 눈치’를 보며 법률에 규정된 원칙까지 스스로 어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 외에 항공안전법 등 추가 법률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련 단체들의 반발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 북한인권운동 전반을 고사시키려는 ‘대북단체판 오토 웜비어(방북 억류 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사건’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일부의 이번 고발 대상으로 거론된 사단법인 큰샘의 박정오 대표는 1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5년 동안 조용히 쌀이나 마스크, 구충제 등을 힘들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측의 최하층 주민들에게 보내왔고 정부와 군, 해경도 알고 있었는데 왜 탈북민단체만 골라서 이러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대북전단을 보내온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의 동생이다. 그는 “완전히 표적이 된 것 같다”며 “(이번 조치는) 북한 독재자에게 수긍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이기 때문에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박상학·정오 형제는 진실을 알리는 일을 사명으로 생각하며 일해 왔다”며 “문재인 정부가 이들을 정말 잘못 건드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탈북민단체들이 각자 목적과 정당성을 가지고 하는 일을 정부가 일일이 간섭한다면 어떤 반발보다도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북한에 쌀 보내기 운동을 벌였던 노체인의 정광일 대표 역시 “통일부 발표는 북한인권운동 죽이기”라며 “한국 정부가 북한의 꼭두각시처럼 행동한다는 점에서 오토 웜비어 사건 당시보다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도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 전단 살포 활동을 주시해 왔지만, 법의 잣대를 들이대 민간단체에 직접 개입하진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기본적으로 ‘불개입 원칙’으로 대응해 왔다.

정부는 대북전단 및 쌀 페트병 살포 활동을 남북교류협력법 반출 승인 규정 위반으로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전단 살포 등이 ‘승인을 받지 않은 물품의 대북반출’이란 취지다. 그러나 박상학 대표 측 변호인단에 소속된 이헌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공동대표는 “‘물품 반출’의 의미는 남북교류 또는 협력을 전제로 한 개념이기 때문에 통일부의 승인 대상이 아니다”며 “통일부가 지향해 오던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또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도 이날 성명에서 “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접경지역의 불안감 조성 사이에는 직접 인과관계가 없다”며 “정부는 반헌법적이고, 법치를 유린하는 정부와 여당의 대북전단 살포 금지 추진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북전단 살포가 ‘4·27 판문점 선언’ 위반이라는 통일부 주장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문점 선언은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정부는 대북 전단·쌀 페트병 등에 대해 해양폐기물관리법과 항공안전법 등 다른 법률 위반 사항이 없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지영·조재연·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