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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통신선 유지돼야”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북한이 9일 정오부터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통신·연락 채널을 차단·폐기하겠다고 밝히면서 문재인 정부가 3년 동안 추진했던 대북 정책 전반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청와대와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 간의 핫라인과 9·19 남북 공동군사합의 등을 대북정책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홍보해 왔다. 특히 대북 저자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3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2차례 북·미 정상회담 등 그동안 공들인 대북 정책을 지키려는 정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이날 오전 통일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통신선은 소통을 위한 기본 수단이므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는 남북 합의를 준수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향후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그(대적사업) 표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정부는 북한이 중단 시점으로 정한 낮 12시 이후 진행되는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리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고 통일부의 오전 발표로 갈음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공세를 퍼붓는 데도 청와대가 침묵하는 것은 우선 정확한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거친 어조와 강한 대응에 곤혹스러움도 엿보인다. 자칫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대북 정책의 기조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어떤 반응이든 쉽게 내놓을 수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이날부터 폐쇄하겠다고 밝힌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통신선과 청와대 핫라인은 2018년 4월 정상회담을 전후로 양측이 합의해 설치한 것으로, 문재인 정부는 이를 남북 간 소통의 통로라고 홍보해 왔다. 또 정부는 같은 해 9월 맺어진 군사합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가 정착됐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왔다.

정철순·민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