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분석

경제난 불만, 외부로 돌리려
연일 대규모 궐기대회 열고
남북관계 질적변화까지 시도
내부불만 높을수록 강화될것

북한이 9일 청와대 핫라인을 포함한 남북 간 모든 연락 채널 차단에 나선 것은 남북관계의 ‘질적 전환’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이날 남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첫 행동으로 연락 채널을 모두 단절하는 등 압박의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적대적 관계를 통한 긴장감 조성이 체제 유지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주민들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으로 내부의 불만이 심각해질수록 내부 결속을 위해 도발 수위 또한 높일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조치로 남북관계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한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관계에서 강한 반응을 보이며 질적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궐기 대회 등을 통해 북한 전체를 적개심으로 가득차게 하는 등 내부의 긴장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면서 “내부 사정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북한이 언급한 ‘단계별 대적사업계획’의 ‘첫 단계’로 밝혀 후속조치들이 예고되고 있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이날 통화에서 “지난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는 담화 이후 남측에서도 입법 준비 등 대응하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북측은 이를 기다리지 않고 연이어 성명을 내고 연락 채널 폐쇄를 결정했다”며 “이는 북측이 사전에 준비한 것이고 앞으로도 빠르게 대남 관계 단절 작업을 펼치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김 제1부부장 담화 이후 전국적인 궐기대회를 열고 남측을 ‘적’으로 규정하며 내부의 적개심을 높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당시 대외적으론 대남비방에 나서면서도 내부적인 비난 활동은 자제해왔다. 하지만 최근 노동신문은 김 제1부부장 담화에 대한 궐기대회와 사회 각계 반향을 3일 이상 보도하고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 당국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의 제재에 얽매여 실질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고 더는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내부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불만을 외부로 표출시키며 체제 결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엔은 지난 2017년 말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이후 강도 높은 대북제재를 가해왔다. 올해는 제재 3년 차로 어느 해보다 심각한 경제난이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등 외부로부터의 자금 유입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난이 가중될수록 북한 당국이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일단 김 제1부부장이 담화에서 언급한 △금강산 관광 폐지 △개성공업지구의 완전철거 △북남공동연락사무소 폐쇄 △군사합의 파기를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크다. 금강산 관광지구 철거는 이미 지난해 10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사안으로, ‘스탠딩 오더(취소할 때까지 계속 유효한 지시)’로 남아 있다.

올해는 미국 대선이 열리는 해인 만큼 대남 압박 차원의 조치에 이어 군사적 조치를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