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받아적는 김여정… 지시하는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정치국 회의에 김여정(앞줄 왼쪽) 노동당 제1부부장이 참석해 필기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달 24일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이후 보름 만에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치국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 김정은 언급 전문가 분석

최상류층 사는 평양 경제도
金이 거론할정도로 악화된듯
金, 화학공업 강조해왔지만
잇단 대북 제재로 기반 흔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잠행 보름 만에 공개석상에 나와 북한의 화학공업 육성과 평양주민 생활 향상 방안을 지시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난이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최근 남북 갈등 국면에서 그가 민생 문제에 집중하면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에게 대북 전단 등 대외 문제를 일정 부분 일임하며 역할분담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8일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하고 노동당이 당면한 문제를 거론하며 첫째로 화학공업 육성, 둘째로 평양주민 생활 보장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집권 초반부터 △국산품 생산 △경공업 육성 △농업 3가지 축으로 경제 발전을 꾀했는데, 모두 화학공업을 핵심 기반으로 한다. 김 위원장은 화학공업 육성을 강조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 여파로 산업의 원료가 되는 원유 수입이 막혔고,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으로부터의 비료 수입도 제한되고 있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원유 대신 북한에 풍부한 석탄을 활용하는 ‘탄소하나화학공업’과 국산원료를 활용한 ‘카리비료공업’ 창설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이와 관련 권태진 GS&J 연구원장은 “화학공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시설 투자에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며 “동원할 수 있는 민간 자본도 적어 김 위원장의 바람과 달리 화학산업 육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평양 주민들의 살림집(주택) 문제를 언급한 것도 경제난과 관련해 주목할 요소다. 평양에는 북한 내에서도 상류층으로 불리는 주민들이 거주하고, 민간의 돈주(자본가)들이 직접 아파트 등을 건설하며 이윤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주민 생활 문제를 거론한 것은 민간의 자본이 과거와 같이 유통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내부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남정책은 김 제1부부장에게 맡기며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김 제1부부장의 대북 전단 살포 담화와 관련한 사회 각계 반향을 보도했는데, 이는 그에게 대외정책의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남북 갈등 국면에서 김 위원장이 나서지 않고 2인자인 김 제1부부장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상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 위원장이 당 정치국회의에서 대남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문 정부를 한 급수 아래로 본 것”이라며 “한국이 북한의 정책에 호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2인자인 김 제1부부장을 통해 문 대통령을 상대하게 하려는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