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 강조… 저자세 논란 증폭

북한이 연일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위협하며 대남 압박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서호 통일부 차관이 철거된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와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지를 방문해 군사합의와 DMZ 국제평화지대화 사업의 의의를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적인 대남 위협에도 통일부가 남북사업에만 매달리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저자세 논란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8일 통일부는 서 차관이 이날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지의 산림 복원 실태조사 현장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문 대통령의 대북 구상인 ‘DMZ 국제평화지대화 사업’ 과정에서 산림훼손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 산림청 관할 업무로, 통일부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다는 점에서 서 차관의 행보가 대북 메시지 발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화살머리고지는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 간 공동유해발굴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우리 정부에서 지뢰제거 및 기초유해 발굴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는 곳”이라고 밝혔다.

서 차관의 행보는 북한이 지난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 남북관계 긴장 수위를 극도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대북 저자세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에도 대북전단 등과 관련해 “우리는 남조선으로부터의 온갖 도발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남측과의 일체 접촉 공간들을 완전 격폐하고 없애버리기 위한 결정적 조치들을 취할 의지를 표명했다”고 했다. 개성공단과 남북연락사무소 철거는 물론 남북군사합의 파기와 대남 무력 도발 가능성까지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현충일 추념식 참석자에 천안함 폭침과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도발 관련 유족과 생존자를 제외했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일부를 포함한 것도 대북 저자세 논란을 키우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