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방문 신청일인 지난달 20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자들이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지자체별 지원액·분담방식 차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이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각 지역에서 주민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는 금액이 큰 차이가 나는 등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지자체마다 추가로 지원하는 재난기본소득 지급 규모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지자체 분담방식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경기도민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도, 시·군의 재난기본소득을 합쳐 147만1000∼287만1000원(4인 가구)의 지원금을 받는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이는 도민들이 소득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정부가 주는 긴급재난지원금 87만1000원(4인 가구)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지만 재난기본소득으로 도가 1인당 10만 원, 31개 시·군이 1인당 5만∼40만 원을 중복, 지원함으로써 벌어진 현상이다. 1인당 40만 원을 지원하는 포천시는 4인 가구 기준 최고 287만1000원까지 받을 수 있다. 안성시(1인당 25만 원)와 화성시(1인당 20만 원)가 각각 최고 227만여 원, 207만여 원을 받는 등 시·군별로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경기도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자체 분담(12.9%)을 자체 지원금(1인당 10만 원)으로 대체했음에도 불구, 일부 시·군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지방비 매칭분을 추가로 부담해 시·군별로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4인 가구)으로 고양·부천시는 지방비를 모두 부담해 100만 원을 다 받고, 성남·안산·광주·하남시에서는 지방비 50%를 분담해 93만5000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나머지 25개 시·군이 받는 87만1000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로 정부가 소득 상위 30%는 국비 100%, 소득 하위 70%는 국비 80%를 적용한 결과다.

특히 도가 지난 3월 24일 전 도민을 대상으로 한 1인당 10만 원 지원을 발표하자 도내 시·군들이 눈치를 보며 경쟁적으로 모든 주민에게 1인당 5만∼40만 원을 중복 지원하고 나서면서 시·군별 격차는 더 벌어졌다.

경기도와 달리 인천·세종시와 충남도 등은 정부지원금 100만 원(4인 가구)만 지급한다. 재정부담으로 추가 지원금에 대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게 원인이다. 서울시는 자체 재난긴급생활비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에 연계시키지 않았지만 경기도보다 지원금이 적다. 중위소득 100% 이하 기존 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구(4인)는 재난긴급생활비 55만 원, 긴급재난지원금 100만 원 등 총 155만 원을 받는다.

강원 원주·홍천 등 1인당 10만∼30만 원을 지원하는 강원 11개 시·군은 도 차원에서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아 100만∼220만 원(4인 가구)을 받는다. 충북 옥천, 전남 광양, 전북 군산·무주·익산·장수·완주, 부산 중구·기장, 경북 영천·예천 등이 120만∼220만 원(4인 가구)을 지원하지만 시·군별로 큰 차이가 있다.

대전·광주·울산·대구·경남·제주 등은 중위소득 100% 이하에 40만∼100만 원과 정부지원금 100만 원을 합해 140만∼200만 원(4인 가구)을 지급하고 있다.

이같이 지역별로 재난지원금 격차가 큰 것은 정부가 지자체와 협의해 지급기준을 먼저 마련하지 못하는 등 재난지원금 논의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해당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재난지원금 지원에 나섬으로써 벌써부터 주요 사업을 연기하거나 예산을 삭감하는 등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고윤순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무리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경우, 순식간에 재정악화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정부=오명근 기자 om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