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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속·폐지놓고 논란 계속

출판사가 정한 도서 가격을 일정 비율 이상 할인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도서정가제’는 출판계·도서유통계·서점계의 오랜 생태적 왜곡을 바로잡고자 시행됐지만, 저자와 독자들의 이해까지 얽혀 있는 뜨거운 감자다. 지난 2003년 도입된 뒤 오는 11월 도서정가제의 재검토 시한을 앞두고 각 이해 당사자들의 힘겨루기가 헌법재판소에까지 오를 정도다. 지난 17년 동안 웹소설·웹툰 및 전자출판물 급성장, 월정액 전자책 서비스의 등장 등 출판·유통 환경의 변화는 도서정가제 논쟁을 더욱 부채질했다.

헌법재판소 제2지정재판부는 지난 2월 작가 A 씨가 도서정가제를 규정하는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22조 제4항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지난 2010년 출판사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은 각하됐지만 이번에는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위헌 여부를 따져볼 수 있게 됐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도서정가제의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정부도 이해 당사자들의 중재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일본을 비롯한 16개국이 시행 중인 도서정가제는 지식 전달의 기초적 매개체인 책이 시장주의적 가격 경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모든 도서에 정가를 적용함으로써 자본을 앞세운 대형·온라인 서점 및 대형 출판사의 출혈적 할인경쟁에서 중·소규모의 서점 및 출판사를 보호해 출판 생태계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였다. 2003년 시행 이후 2014년 실용서와 초등참고서를 포함해 ‘모든 도서’에 대해 정가의 10% 가격 할인과 마일리지 적립 등 5%의 경제적 이익 등 총 15% 한도 이내에서 할인할 수 있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도서정가제를 옹호하는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도서정가제를 폐지하면 마케팅 여력이 있는 대형 서점의 온라인 매장만 남고 오프라인 책방은 죽게 될 것”이라며 “모두 책 읽는 사회와 다양성이 보장되는 책 생태계를 위해 더 좋은 운영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서정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보듯 “중·소규모의 서점과 출판사가 같은 조건으로 경쟁하기 위해 실행한다던 도서정가제였지만, 결과는 부정적이기 그지없다”면서 “독서 시장은 도서정가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완전도서정가제’ 추진 의혹도 제기하는 상황. 정부는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통해 “완전도서정가제는 검토한 적이 없다”며 “전자출판물에 일률적으로 도서정가제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고려하는 등 제도를 점검하고 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