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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점 등 가입자 확보 이유로
여전히 불법 보조금 마구 살포
자급제 제조사는 사은품 지급
시행 5년 지났지만 취지 무색

이동통신사 간 과도한 보조금 경쟁을 막고 휴대전화 유통 가격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이른바 ‘단통법’이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법 취지가 무색하게 불법 보조금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또 단통법으로 각종 규제를 받는 이통사와 달리, 자급제 스마트폰은 제조사 매장이나 일반 가전매장 등 양판점에서 약정 없이 구입할 때 각종 상품권과 포인트 등을 받을 수 있다. 단통법이 도리어 시장구조를 왜곡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단통법은 하루에도 수시로 바뀌는 롤러코스터식 지원금을 통제해 왜곡된 유통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4년 10월에 도입됐다.

당시에는 정보가 많은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보조금을 받아 고가의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은 소비자들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높은 가격에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문제는 단통법을 시행한 지 5년이 훌쩍 지났지만 이런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스마트폰 대리점이나 판매점 등에서 가입자 확보 또는 재고 처리 등을 이유로 여전히 불법 보조금을 살포하고 있다.

단통법 때문에 불법 보조금을 의미하는 다양한 은어 및 표현이 생성되면서 오히려 이전보다 관련 정보를 얻기가 더 어려워진 측면도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 구매 ‘성지(휴대전화를 싸게 파는 판매점)’로 불리는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불법 보조금) 얼마까지 보고 오셨어요? (계산기를 가리키며) 보고 오신 숫자 찍어보세요”와 같은 이야기를 쉴 새 없이 들을 수 있다.

이통사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과 달리 단통법 규제에서 자유로운 자급제 스마트폰은 제조사가 임의로 사은품으로 지급할 수 있어, 단통법이 오히려 시장구조를 왜곡시킨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자급제 시장은 제조사 지원금이 공개되지 않은 채로 매장마다 자유롭게 활용되기 때문에, 제조사 지원금이 백화점 상품권이나 현금성 포인트 등의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반면, 이통사 유통구조에서는 제조사 지원금과 이통사 지원금을 합친 공시지원금을 이통사가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고, 추가 이익을 소비자에게 주면 불법지원금으로 간주돼 처벌을 받는다. 정부도 단통법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논의에 들어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 22일 이통 3사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발족했다. 협의체는 단통법의 현황을 점검하고 제도가 적절하게 시행 중인지를 확인, 개선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이승주 기자 sj@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