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60개社 설문

“생존이 우선” 사업들 축소
“정부지원 오래 걸려” 분통

인천 남동구에서 기계장비를 일본 등에 수출하는 중소기업 A사는 올 1분기 수출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72% 감소했다. 이 회사 대표는 “기계장비를 수출했는데, 수입국을 방문할 수 없는 상황이라 조립 및 시운전 등 수입 회사의 검증을 받지 못해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1분기 수주실적도 전무하다”고 호소했다.

중소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제위기 여파로 신음하고 있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경영자문을 한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하루하루 위태로운 상황을 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성남시에서 모니터링 솔루션을 개발해 민간 및 공공기관 데이터 센터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B사는 최근 수익성이 떨어지는 아이템 사업을 접기로 했다. B사 대표는 “지금은 무조건 생존이 우선”이라며 “경비절감을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부분이 전망한 것처럼 이번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상황이 1년 이상 계속된다면 중소기업 부문의 공급망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붕괴할 우려가 크다. 자연히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만, 중소기업들에는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에서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는 C사 대표는 최근 금융기관에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자금 대출을 하러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 첫 번째로 대출신청을 했던 금융기관에서는 인터넷 대출 신청이 일시에 몰리면서 상담원과 연결도 되지 않아 신청 자체를 못했다. 이후 찾아간 두 번째 금융기관에서는 대출 상담자를 만나는 데만 일주일가량 소요됐다. 제출해야 할 서류만 10여 가지에 달해 이곳도 포기했다. 결국, C사 대표는 세 번째 금융기관을 찾아가서야 대출을 받았는데, 이것도 대출 담당자와 상담한 지 5주가량 지난 뒤였다. 이 회사 대표는 “긴급지원이라더니 ‘긴급’이라는 말이 무색하다”며 “이렇게 절차를 밟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야 하루하루 살아가기 급급한 중소기업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부산의 스타트업 D사는 아예 대출을 꿈도 못 꿀 상황이다. D사 대표는 “자본금과 매출액도 적고 담보 잡을 만한 부동산도 없다 보니 자금 지원을 받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정부가 10조 원 규모의 2차 소상공인 긴급대출을 다음 달부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중소기업 업계에서는 절차와 속도에 대한 문제점 보완이 없을 경우, 또다시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