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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④ 부동산 대책

핀셋규제, 주변지역 집값 올려
3년전 5억 아파트, 8억대 거래

개발지역은 2배 안팎으로 뛰어
대전·광주 등 지방도 이상급등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은
오히려 다주택자들 특혜 준 꼴

공시가격 인상·종부세 강화에
“세금위해 집값 방치” 비아냥도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3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요동쳤다. 정부 부동산 대책이 3∼4개월에 한 번꼴인 19번이나 나왔지만, 뛰는 집값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주택을 공급하기보다는 수요를 누르는 ‘규제를 위한 규제’가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주변 지역까지 집값을 오르게 하는 풍선효과로 이어졌다.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는 세금폭탄 논란을 부르며 ‘갈등과 증오의 확대’에 일조했고, 결국 ‘부동산 정치화(서민과 부자 편 가르기)’로 귀결됐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값 안정을 강조해 온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급등한 집값 원상회복’을 강조했지만, 확실한 공급 대책 등 정부 부동산 정책의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주택 시장 안정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지난 3년 ‘누르면 뛴 집값’= 9일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평균 매매가는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9억2000만 원대였다. 하지만 올해 3월 말 기준 14억4000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 전체 아파트 중위가격(가격순 나열 시 중간값)도 2017년 5월 5억3000만 원대였으나, 올해 3월 말 8억4000만 원대로 뛰었다. 민간업체인 부동산114가 분석한 자료에서도 2017년 상반기∼2019년 말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5억8524만 원에서 8억2376만 원(40.8%)으로 뛰었다.

개별지역 아파트 상승을 보면 집값 급등은 더 실감 난다.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 전용면적 35.64㎡는 2017년 상반기 최고 9억7100만 원에 팔렸는데, 2019년 말 24억 원에 거래됐다. 강북권도 마찬가지다.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2017년 5월 8억7000만 원에서 현재 15억5000만 원대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대구와 대전, 광주 등 지방 광역시 집값도 이상 급등 현상을 보였다. 특히, 대전과 광주의 전용면적 84㎡ 아파트는 10억 원을 넘어서면서 경기 판교와 분당 아파트값과 맞먹을 정도로 올랐다.

◇19번 나온 부동산 대책 ‘헛발질’= 국토교통부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주거시장 안정을 위해 19차례의 부동산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들 대책 대부분이 공급보다 수요억제와 세금 강화 대책이었다. 수요에 대응해 공급 확대를 통한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꾀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로 수요를 억제한 것이다. 집값 급등 지역을 콕 집어 규제하는 ‘핀셋규제’는 풍선효과로 나타났다. 정부 대책 중 압권은 2017년 12월 나온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이다. 부동산 부자의 세원 노출이 목적이었지만 재산세와 종부세, 임대소득세, 양도세 등을 대폭 감면·면제해 줘 주택투자자들에게 사실상 특혜를 준 꼴이 됐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집 부자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한 ‘정부의 은전(恩典)’이었다”고 비판했다. 강남구에서 부동산컨설팅사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서울에 등록된 47만 가구의 임대주택 대부분이 다주택자의 투자를 목적으로 한 주택”이라며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세금 특혜가 없어져야 매물이 나오면서 집값도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두더지 잡기’식이다 보니 부동산 규제를 ‘갖고 노는(?)’ 주택투자 인플루언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와 추종세력들도 집값 상승에 한몫했다. 이들은 비규제·저평가 지역으로 몰려다니며 주택을 단타 매매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또 공시가격 인상, 종부세 강화 방안이 나오면서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두기 위해 집값 상승을 용인한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실제 공시가격 현실화율(전년 대비)은 2018년 10.19%, 2019년 14.02%, 2020년 14.75%나 급등했다.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종부세 법안이 통과되면 1가구 1주택자(9억 원 초과)도 세금이 많이 늘어난다.

정부 부동산 대책의 실패는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한국갤럽이 최근(3월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물어본 부동산 정책 평가 결과는 참담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54%에 달했지만, ‘잘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고작 19%에 불과했다.

◇층수제한 폐지, 용적률 확대해야 ‘집값 안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외부 충격을 받은 서울 주택시장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한풀 꺾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문 대통령 발언처럼 ‘원상회복’되려면 강남권 주요 아파트가 10억 원 내외로 떨어져야 한다. 이에 따라 4·15총선 후 정부 추가 규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매매 거래 허가제가 나오거나 대출 규제 확대(현재 15억 원 이상에서 9억 원 이상)도 나올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굵직한 규제가 나와도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주택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층수 제한을 완화하고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 면적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 현재 주거지역 용적률(최대 300% 이내)을 확대해주고 공공 기여율을 높이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 또 역세권 500m 이내 주거·준주거지역의 경우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 고층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승배 피데스 개발 대표는 “수십 년 전에 만들어 놓은 (토지)용도 지구 제도와 용적률 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원활한 주택공급이 이뤄져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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