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1월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제2차 시국선언 발표’에서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법 전문가 눈으로 본 ‘외교’

외교통상·국제법 전문가인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의 이념외교가 수세대 동안 쌓아놓은 외교적 자산을 몇 년 만에 허물어 버렸다”고 혹평했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자주적이고 당당한 외교’는 그것이 ‘목표’가 돼야 함에도 ‘수단’으로만 당당한 나머지 ‘당하는 외교’가 됐고, 그 피해를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우선 ‘외교의 일관성(consistency) 결여’를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지정학적인 요충지에 있으면서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는 외교정책의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운을 뗀 뒤 “장기적 국익과 단기적 이익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미국 같은 강대국과는 달리 한국은 장기적 국익이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일관되게 외교적 자산을 축적해야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남북 간 일시적 화해와 핵 문제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공포 완화 등 단기적 성과에 치중하면서 대미·대일 외교에서 방위비 증가, 외교적 고립 등 영향력 감소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이 같은 것을 모를 리가 없었을 텐데, 외교를 국내 정치적 위기를 극복하고 진영을 결속하는 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현 정부의 외교가 ‘진영의 효과적 결속’을 노리는 1980년대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식 마인드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대미·대일 관계를 전환시키는, 그렇다고 대놓고 싸우면 안 되니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나 강제징용 배상문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등의 국가적 현안을 그때그때 정치적 타이밍을 맞춰 놓고 악용함으로써 대외적 갈등관계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반일·반미 감정을 부추기고, 이를 반대하면 적폐라고 규정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정부 외교·통상·안보 정책의 숨겨진 목표가 적당히 진영정치에 활용하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그는 “당당한 자주 외교를 목표로서 상정하는 것은 좋으나,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자체가 자주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우리의 대외적 영향력을 키우려면, 선린외교와 실용주의 외교는 기본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외교는) 이러한 목표와 수단을 완전히 거꾸로 세워버린 것이고, 더 나쁜 점은 외교 자체를 그냥 자신들의 집권과 진영 공고화를 위한 수단적 개념으로 이해해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지영 기자 goodyoung17@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