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집에 머물라” 30일 이집트 카이로 인근 기자 피라미드에 “집 안에 머물라. 안전하게 지내라. 우리의 안전을 위해 힘쓰는 분들께 감사한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격려 문구가 레이저 빔으로 비춰지고 있다. AP 연합뉴스

美 확진 16만명·사망 3000명
31개州 2억5000만명 자택대피
트럼프 “가이드라인 추가될수도”
뉴욕주지사 “의료진 와달라” 호소
GE, 100일간 호흡기 5만개 생산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6만 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도 3000명을 돌파하는 등 증가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백악관 내 보건 전문가들이 연달아 “미국인 20만 명 사망 가능성”을 언급해 희생자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된다. 수도인 워싱턴DC 등이 자택 대피 명령에 동참하면서 미국 인구의 76%가 자택 대피명령 대상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월 말까지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에 억제 조치를 추가할 뜻을 밝혔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조정관은 30일 NBC 인터뷰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전날 제기한 10만∼20만 명 사망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다 함께 거의 완벽하게 (대응)한다면 10만∼20만 명의 사망자 범위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가진 코로나19 대응 TF 브리핑에서 “가이드라인 연장으로 미국인 100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됐다”며 우려를 가라앉히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이드라인 연장에 대해 “매우 중요한 30일”이라며 “우리는 모두 이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있어 각자 맡은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장된) 가이드라인이 그대로 시행될 수 있지만 몇 가지가 더 추가될 수 있다”며 “조금 더 (조치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6만3479명으로 조사됐다. 전날 14만3491명에 비해 하루 사이 2만 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미국 내 확진자 수는 22일부터 매일 1만 명씩 증가하다 26일부터는 하루 2만 명씩 늘어나는 등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사망자 수는 3148명으로 나타났다. 주별로는 뉴욕주가 확진자 6만7325명으로 코로나19 최대 전선이었다. 인근 뉴저지주가 1만6636명으로 뒤를 이었다. 이를 포함해 미국 50개 주 중 24개 주에서 확진자가 1000명이 넘어섰다.

확진자 급증세에 이날 수도인 워싱턴DC와 메릴랜드주, 버지니아주, 애리조나주가 자택 대피 명령을 내렸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은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을지 알고 싶어 한다”며 “집에 머물러달라”고 말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31개 주와 워싱턴 DC가 자택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미국 인구 2억5000만 명이 자택 대피 명령 영향권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 인구 3억2800만 명 중 76%에 해당한다. 미국 내 코로나19 최다 발생지인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미국 전역의 전문 의료진에게 요청한다”며 “보건 위기 상태에 놓이지 않은 지역이라면, 지금 뉴욕으로 와서 우리를 도와달라”고 도움을 호소했다. 1000개 병상을 갖춘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가 이날 뉴욕에 도착해 환자 치료에 들어갔으며, 센트럴파크에는 68개 병상 규모의 임시 병원이 건설돼 31일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미국 기업들도 코로나19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자동차회사인 포드는 이날 제너럴 일렉트릭(GE)과 함께 미시간주 공장에서 향후 100일 동안 5만 개의 인공호흡기를 생산한다고 밝혔다. 또 100일 이후에는 한 달에 3만 개의 인공호흡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NBC는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J&J)이 오는 9월부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시험을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효과가 증명되면 2021년 초부터 긴급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