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승객은 안보이고 가방만 심사대기 서울 거주 폴란드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13일 오전 폴란드 바르샤바행 항공편 탑승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면서 인천국제공항 제1 터미널 출국장 발권 카운터 앞으로 여행객들의 짐만 길게 놓여있다. 곽성호 기자

대한항공 무급휴직 신청 받아
아시아나항공 임원 전원 사표
제조업체들 희망퇴직 접수
“기업 자구책만으로 역부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기업들이 비용절감과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1997년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 자구책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항공과 관광·여행, 면세점업 등에서 실물경제의 충격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역시 항공·관광·여행업계다. 특히, 항공업계는 대형 항공사들조차 회사의 ‘존망’이 거론되는 실정이다. 대한항공은 최근 만 2년 이상 근속한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단기 희망 휴직(무급) 신청을 받았다. 외국인 조종사에 대해서는 무급 휴가 신청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회사의 ‘생존’까지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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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은 임원 전원이 사표를 내는 초강수를 꺼냈다. 여기에 임원과 조직장 급여를 각각 50%와 30% 삭감하는 것은 물론, 일반직·승무원·정비직 등 전 직원을 대상으로 10일 이상 무급 휴직을 시행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도 비용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주항공이 임원 급여 30% 이상을 삭감했고, 이스타항공도 지난달 임직원 급여를 40%만 지급했다. 조종사 임금도 25% 삭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LCC 항공사 2∼3곳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관광·여행업도 마찬가지다. 여행업계 1·2위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는 3월 이후 신규 여행 예약이 사실상 전무(全無)한 상태다. 직원들 급여도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연명하고 있다. 서울의 스카이파크 명동호텔 등 20여 개 호텔은 이미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중국발 부품 공급 차질에 따른 공급망 교란 현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제조업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계 2위인 만도는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생산직 근로자 대상 희망퇴직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두산그룹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탈석탄’ 정책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명예퇴직과 함께 회사 휴업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유탁 중소기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중국 소재·부품 수입 비중이 2001년 9.4%였으나, 중국과의 연계성 강화로 지난해에는 30.5%로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하청·협력 관계를 고려하면 중국발 부품공급의 직접 영향은 물론, 대기업 생산감소에 따른 2차 파장도 우려된다.

임대환·이민종·곽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