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감염검사’ 재량권 넓혀야

대구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31번 확진자가 의사의 신종 코로나 감염 검사 권유를 두 차례나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련 법 규정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가격리 규정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벌금 최대 300만 원)에 준하는 강제 규정을 시급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대구시에 따르면 31번 확진자인 61세 여성이 7일 방문한 새로난한방병원에서는 신종 코로나 검사를 권유했으나 확진자는 모두 거절했다. 환자는 “나는 확진자를 만난 적도 없고 해외에 나가지도 않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병원은 지난 15일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서 폐렴 증상을 확인해 신종 코로나 검사를 권유했으나 확진자는 17일에야 퇴원해 수성구보건소를 찾았다. 결과적으로 보면 검사가 조기에 이뤄지고 격리 조치에 들어갔다면 11명의 감염자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었던 셈이다.

방역당국은 국내에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우려가 불거지자 지난 7일부터 별도의 해외여행 이력이 없더라도 의사 재량으로 신종 코로나 검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다. 하지만 정작 31번 확진자의 경우처럼 환자가 검사를 거부하면 이를 강제할 도리가 없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뿐만 아니라 모든 검사는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현재로는 환자가 거부하면 검사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접촉자 등으로 분류되지 않는 한, 확진 판정이 되지 않은 사람의 행동범위를 제약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는 법정 1급 감염병 등의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치료나 자가격리 등 조치를 거부하거나, 역학조사에 성실히 응하지 않을 경우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전부 환자로 인정된 이후에 관해서일 뿐 검사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이다.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추후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당장 현재 발생하고 있는 검사 거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 엄 교수는 “경증 환자에 대해서도 검사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의사 재량을 많이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규·김성훈·윤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