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유전체 바이러스에 비해
변화무쌍해 항체만들기 어려워
치료제 개발까지 많은시간 소요

우한폐렴엔 항바이러스제 조합
환자에 투여하는‘칵테일 요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백신 개발 여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가 DNA가 아닌 리보핵산(RNA)을 통해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만큼 빠른 확산, 지속적인 변이로 치료제 개발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외신 등에 따르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데이비드 볼티모어 전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DNA인지 RNA인지, 숙주 유전자에 자신의 유전자를 끼워 넣는지 아닌지에 따라 바이러스군을 총 7단계로 구분했다. 이 중 1∼2단계가 DNA를 유전체로 하는 바이러스로 DNA는 변이 가능성이 낮아 항체를 만들기 쉽다. 그러나 3∼7단계인 RNA 바이러스는 다양한 변이를 일으킨다. 새 항체가 생기기 전 이미 변이돼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로 진화한다는 의미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사망자 수에 근거해 집계한 세계 10대 전염병 중 무려 8가지가 RNA 바이러스인 이유다. RNA 바이러스는 다시 바이러스가 숙주에 자신의 유전자를 끼워 넣어 지속해서 발현시키는 6∼7단계와 그렇지 않은 3∼5단계로 갈린다.

관련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과거에는 동물 감염 질병이었지만 어느 순간 인체 감염까지 가능해질 정도로 ‘변이’가 이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2003년 처음으로 인체 감염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발견된 이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비롯해 이번 우한 폐렴까지 7종의 변이종이 생겨났다. 사스는 2004년을 끝으로 잠잠해졌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새로운 형태로 변이해 또 다른 질병을 퍼뜨리고 확산하는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학계는 우한 폐렴과 관련해 바이러스 박멸이 아니라 증상을 억제·완화하면서 인간의 면역체계가 자연스럽게 바이러스를 물리치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환자가 위중할 때는 항바이러스제를 조합해 투여하는 ‘칵테일 요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중국의과학원, 베이징(北京)대 인민병원 공동연구팀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에 쓰는 두 가지 약물인 로피나비르와 리토나비르를 조합해 우한 폐렴 환자 41명에게 투여했다는 보고서를 의학전문지 랜싯에 기고한 바 있다. CDC도 미국 내 우한 폐렴 감염자에게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 렘데시비르를 투여해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아브도 엘피키 카이로대 분자생물물리학과 교수는 지난 1월 28일 랜싯에 실은 논문을 통해 C형간염 치료제 소포스부비르와 리바비린이 우한 폐렴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