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얼어붙은 세밑 정국 2019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0도(체감온도 영하 17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서울 서강대교 북단 쪽 한강 둔치에서 바라본 국회의사당의 모습. 나뭇가지에 꽁꽁 얼어붙은 고드름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안 처리 등을 둘러싼 최악의 여야 충돌로 냉각된 국회 상황을 보여주는 듯하다. 김낙중 기자

與, 공수처법 강행 처리
범죄인지 통보조항 신설
檢 권력형비리 수사 통제

추미애 법무 취임 이후엔
수사 지휘라인 교체할 듯

檢내부 “檢恥의 날” 자조
윤석열총장 대응여부 주목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국회 통과로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끝났다는 관측과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로는 검찰의 청와대 ‘선거개입·하명수사’와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가 사실상 마지막 권력형 사건 수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내년 7월 출범하는 공수처가 검경이 수사 중인 사안을 가져갈 수 있는 수사 우선권을 갖고 있고, 범죄 첩보까지 인지 시점에서 통보를 받기 때문에 권력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사실상 원천 차단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수처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30일을 검찰 내부에선 ‘검치(檢恥·검찰 치욕)의 날’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여기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취임 후 인사권을 강하게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현재 청와대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의 수사 및 지휘라인이 대폭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검찰이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판사 출신의 김관기 변호사는 3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제 조국, 유재수 건 같은 수사는 현실적으로 하기 어렵고 현 정부에서 진전도 어려울 것”이라며 “공수처법의 통과는 정치권 관련 수사를 사실상 중단시키고 정부의 검찰 지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 출범으로 공직자 비리 수사 동력이 끊겼다는 탄식이 가득하다. 대검찰청의 한 검사장은 “공직자 비리를 찾아도 공수처가 가져간다면 실적이 없어지는 것인데 수사 동력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대검의 또 다른 부장검사는 “검찰이 정권 비리에 대해 벌이는 수사의 신뢰도마저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현재 진행 중인 청와대의 선거개입·하명수사와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윗선’을 포함한 모든 관련자를 기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헌 변호사는 “공수처가 설립되는 7월까지는 검찰이 현재 진행 중인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면서 “수사가 중단되는 순간 국민적 저항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검찰총장의 향후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윤 총장이 정권을 향한 수사 정점에서 사퇴 카드를 쓰지는 않겠지만 신년사에서 검찰 수장으로서 공수처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월 2일 윤 총장이 신년사 형태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온유·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