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썽사나운 국회” 강경 발언
‘일 않는 국회 틀’로 對野공세
집권 4년차 레임덕 방지 차원

대선 1호 공약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국회 통과를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나 홀로’ 국정 운영이 속도를 더 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법 처리를 통해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한 만큼, 집권 4년 차 레임덕을 방지하기 위해 야당과 확실한 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한 문 대통령의 독단적 국정 운영이 지속되면서 국민 통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 문 대통령의 대야 발언이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20대 국회 내내 정쟁으로 치달았고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며 “역대 최저 법안처리율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고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까지 무력화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고 국회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볼모로 잡은 민생·경제법안을 놓아주시길 바란다” “국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을 방기하며 민생을 희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까지 했다.

공수처법을 선거법, 예산안 등과 연계하면서 국회가 사실상 정지됐는데도, 민생 법안 처리 지연을 사실상 야당의 탓으로 돌린 셈이다. 문 대통령이 야당 비판에만 몰두해 현실과 동떨어진 ‘유체 이탈 화법’을 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20대 국회는 파행으로 일관했다”며 “민생보다 정쟁을 앞세우고, 국민보다 당리당략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정치가 정상적인 정치를 도태시켰다”고 했다. 주요 법안 처리가 늦어질 경우, 정책 성과를 낼 수 없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조바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일 년 내내 국민을 편 가르고 민생을 방치해 둔 대통령이 한 해를 마무리하며 결국 생각해 낸 것이 국회 탓, 야당 탓”이라고 비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