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제재 완화’案 통과 안돼도
국제사회 단일대오 흔들릴 가능성

중국·러시아가 지난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북제재 완화 결의를 제출한 이후 미국과는 상반되는 독자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중국·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가 강제수단이 없다는 점을 활용, 북한 노동자 송환 등 대북제재 이행을 게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2일로 다가온 유엔의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단일 대오’ 유지 여부를 평가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중국·러시아의 대북제재 완화 추진은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독일이 17일(현지시간)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 실제 추진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 역시 이미 중국·러시아의 결의 초안에 공개적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유엔은 18일 북한의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내용의 북한인권 결의안도 본회의에 상정하는 등 대북제재·압박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최대 경제 상대국이자 인접국인 중·러가 대북제재 완화를 시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의 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뒷배’인 중국·러시아를 업고 북한이 제재 ‘루프홀’을 적극 모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오는 22일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른 북한 노동자 송환 시한이 제대로 지켜질지부터 미지수다. 2017년 2397호 채택 당시 전 세계에 10만여 명으로 추정된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 중 5만 명이 중국, 3만 명이 러시아에 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러시아는 안보리 결의에 제재 미이행에 따른 처벌 조항이 없다는 점을 악용, 제재 이행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2019년 초 중간 이행 보고서에서 “북한 노동자 3만 명 중 1만8500여 명을 송환했다”고 밝혔지만, 중국은 전체 규모와 송환 규모 모두 비공개에 부쳤다. 중·러가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초안에도 북한 노동자 송환 조항 폐지가 포함돼 있을 정도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