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실행책, 법정서 증언
“이후 총리 비서실장도 만나”

2017년 발생한 몰타 탐사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의 암살 배후에 유력 기업인이 있고 15만 유로(약 2억 원)를 건네고 청부살해를 주문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5일 타임스오브몰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갈리치아 피살 사건의 중간 실행책으로 지목된 멜빈 테우마는 전날 수도 발레타의 법정에 출석해 기업인 요르겐 페네치(38)가 사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테우마의 증언에 따르면 페네치는 2017년 당시 그에게 “다프네를 죽이고 싶다”며 청부살인업자 알프레드 데조르조를 연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데조르조는 암살 전후 각각 3만 유로, 12만 유로를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페네치는 실행자금으로 봉투에 담긴 15만 유로를 테우마에게 건넸고 테우마는 갈리치아 암살 전후로 데조르조에게 금액을 나눠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테우마는 “페네치가 이 사건의 유일한 배후”라고 강조했다. 앞서 2017년 10월 갈리치아는 자택 인근에서 차량 폭발로 사망했다. 갈리치아는 정치권이 연루된 각종 부정부패 의혹을 폭로해온 기자다. 그는 페네치가 두바이에 ‘17블랙’이라는 정체불명 회사를 설립하고 정계 고위 인사들에게 뒷돈을 건넸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갈리치아의 차량에 폭발물을 설치하고 터뜨린 일행 3명은 경찰에 붙잡혀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당 중 한 명이 테우마가 돈을 전달한 데조르조다.

이날 테우마는 페네치로부터 갈리치아 살해 청탁을 받은 뒤 정부청사로 불려가 조지프 무스카트 총리의 당시 비서실장이던 케이스 스켐브리를 만났다고도 밝혔다. 그는 스켐브리와 정부청사 내부를 둘러봤다고 전했다. 부처 내 일자리를 소개받은 뒤 한 번도 출근하지 않았지만 봉급은 계속 나왔다는 증언도 했다. 페네치는 5일 재판에서 갈리치아가 살해된 뒤 스켐브리가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경찰 수사 정보를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정유정 기자 utoo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