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이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위기를 넘긴 한·일이 오는 12월 말 중국 청두(成都)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한·일 정상회담까지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한 접점을 찾을지 주목되고 있다. 일단 문재인 정부가 대법원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산 매각 및 현금화가 1차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일이 연말을 협상 시한으로 못 박기보다는 더 이상 관계 악화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리 국면에 돌입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일이 오는 12월 말 한·일 정상회담까지 한 달여 기간에 다각적 채널을 통해 적극적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여기에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배제 조치 철회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이 핵심 의제가 돼야 한다는 것. 강제징용 해법 논의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5일 일본에 제안한 ‘1+1(한·일 기업)+α(국민 성금)안’이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내 여론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차 관건은 ‘일본 전범 기업 자산 매각’이라는 시한폭탄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여부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일본의 사죄가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들을 어떻게 달랠지, 또 일본 측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변수다.

또 한·일 양국이 지난 22일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도 불구, 25일 오전까지 합의 내용에 대한 진실 공방을 벌일 정도로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 상태인 만큼, 신뢰 회복 조치도 동반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는 당장 해답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적인 한·일 관계 관리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일본이 실제 수출 제한으로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않은 상황에서 일단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누가 더 양보하고 지는 게임인지를 따지면서 대차대조표를 그리기 시작하면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는 어렵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주·손고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