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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방위 압박에 떠밀린 결정
사실상 지소미아 1년연장 의미
美와 신뢰저하·동맹훼손‘타격’

문재인 정부가 지난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전격 유예했지만, 지난 8월 종료 결정 발표 이후 과정에서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았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또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아래서 나온 이번 결정은 사실상 지소미아 1년 연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조건부 유예’라는 정부의 설명은 궁색한 변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에서 한·미 간 신뢰 저하 및 동맹 훼손이 문재인 정부가 잃은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에서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험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공조가 와해 위기에 처한 것은 안보와 국익 차원에서 심각한 위험을 자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5일 통화에서 “한·미 관계 악화는 일단 중단됐지만 지난 90일간 신뢰가 손상된 건 분명하다”며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것이냐가 관건인데,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도 “지소미아 종료를 유예했으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배려를 받을 수 있도록 거래를 연결했어야 한다”며 “미국 측은 이번 계기로 ‘문재인 정부는 세게 압박하면 물러선다’고 인식하면서 방위비 협상에서 더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한국 배제를 철회하는 조치를 끌어내는 데에도 실패했다. 특히 정부가 언제든지 지소미아 종료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자충수가 됐던 지소미아 카드를 다시 꺼내 들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 센터장은 “우리는 일본 수출규제 조치 철회를 요구했는데 얻어내지 못했고, 일본은 한국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중단을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신뢰가 손상되긴 했지만 깬 것은 아니므로 이 부분을 강조해야 하는데, 일본과 감정싸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