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들 ‘반쪽 공개’에 아쉬움

바다의 청와대(청해대)로 불리는 경남 거제 저도가 지난달 17일 47년 만에 국민에게 시범 개방돼 반응이 뜨겁다. 입도 인원이 하루 600명으로 한정되다 보니 주말 유람선 예약은 11월 말까지 마감됐을 정도다. 하지만 대다수 탐방객은 “산책코스 말고는 볼 게 없다”며 강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지난달 24일 거제시 장목면 궁농항에서 탐방객 250여 명을 실은 유람선을 타고 20여 분 만에 저도에 도착했다. 탐방객들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문화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저도 왼편으로 돌아 정상부근으로 간 뒤 연리지 공원으로 내려오는 둘레길을 걸었다. 1시간 40분가량 소요되는 둘레길은 오랫동안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되고 해군이 주둔지로 관리하면서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돼서인지 아름드리 소나무가 곳곳에서 자태를 뽐냈다. 울산에서 온 탐방객 천정희(여·67) 씨는 “산책길이 시원하고 조용해서 좋다”며 “소나무, 편백나무 등이 잘 보존돼 있어 깊은 산 속에 들어온 것 같다”고 말했다.

둘레길 중간 부분에서는 저도 역사를 모두 알고 있다는 가장 오래된 소나무가 탐방객을 반겼다. 이곳으로 휴가 온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어루만졌다는 소나무다. 조금 더 내려오자 두 나무가 얽혀 있는 ‘연리지 정원’이 나왔다. 연리지 정원은 휴양 온 역대 대통령과 해군 장교들이 사용하던 골프장(9홀)의 개방을 결정하면서 공원으로 바꿔 만든 곳이다. 해설사는 “공원에 있는 소나무와 말채나무 가지가 연결돼 있어 우리 국민도 화합하자는 의미에서 연리지 정원으로 이름이 붙여졌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휴가 때 ‘저도의 추억’ 낙서 사진으로 유명한 해변에서는 탐방객이 모래사장에 나뭇가지로 자신의 이름을 적으며 즐거워했다.

하지만 저도 탐방은 산책이 전부였다. 빠르게 둘레길을 걸어 한 바퀴 돈 뒤 다시 유람선을 타고 나가기에 바빴다.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왔다는 주성택(68) 씨는 “저도에 들어가기 위해 동료 10명과 내려왔는데 고작 산책만 하고 간다”며 “기대를 안고 왔는데 대통령 별장도 못 보고 돌아가게 됐다”고 푸념했다. 주 씨의 동료도 “강원도 태백에서 KTX, 버스, 유람선 비용까지 비싼 돈을 내고 왔는데 고작 1시간 40분 산책이 전부라니 말이 되냐”며 “대통령 별장 개방 등 최소한 코스는 만들어 놓고 개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부산에서 온 송지수(여·62) 씨도 “대통령 별장을 보려고 여기까지 왔는데 왜 보여주지 않냐”며 아쉬워했다.

청와대에서 관리하고 있는 저도 내 대통령 별장은 이번 개방에서 제외됐다. 거제시청 관계자는 “지난 8월 청와대, 해군과 1년간 저도를 시범 개방하기로 합의할 때 대통령 별장은 개방에서 제외해 둘러볼 수 없다”며 “시범운영 기간이 끝나면 이런 요구가 반영되도록 관계 기관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