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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선 할머니(1934~2011)

이맘때쯤 우리 할머니는 직접 농사지은 투박한 농산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렇게 주시지 말라 말씀을 드려도 할머니 고집을 꺾을 사람은 없었어요. 동네서 ‘호랭이 할마시’라 불릴 정도로 호탕한 할머니는 정도 참 많아서 전 가끔 ‘우리 할머니는 삼국지 속 장비의 환생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럴까요, 저는 막연히 할머니가 저보다 오래 사실 줄 알았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였죠. 똥똥하게 살찐 저를 ‘우리 미스꼬리아’라 부르시던 할머니는 7년 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런데 최근 엄마의 동료분이 이상한 꿈을 꿨다고 합니다. 무서운 할머니가 나타나 우리 엄마 이름을 말하며 “이 사람을 잘 챙겨주지 않으면 혼을 낼 것이다!”고 호통을 쳤대요. 그분은 그 꿈이 아주 생생했는지, 주말농장에서 재배한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농산물을 가득 챙겨줬습니다. 그 순간 엄마와 저는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 할머니 혹시 우리 할머니 아냐?”

“하늘 가서도 말 안 듣고.” 투덜대는 엄마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던 건 제 착각이었을까요. 고생하지 마시라며 투덜거리기만 하던 저에게 한 해의 정성을 보내주시던 그때의 당신은 무슨 생각이었나요. 어딘가 모자라고 따사로운 것들이 저를 키웠다는 걸, 당신의 생의 조각이 있어 이만큼이나 튼튼히 자랐다는 걸, 당신은 알고 계셨겠죠?

손녀 이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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