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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인증 국내제품과 달리
2차처리기 없어 고형물 과다배출
음식물찌꺼기가 하수도관 막아
불법 제품 판매금지 조치 시급

주부 김모(34) 씨는 최근 해외 직구를 통해 디스포저(주방용 잔반 분쇄기)를 15만 원대에 구매했다. 국내산 디스포저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가격은 5만∼10만 원가량 낮다는 주변의 권유에 별다른 고민 없이 제품을 사들였다. 설치 담당자는 김 씨에게 “디스포저는 애초 먼저 도입된 곳이 미국 등 해외”라면서 “국내산과는 성능 면에서 비교 불가”라며 자랑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합리적 소비에 뿌듯함을 느꼈던 김 씨. 그러나 사실 그가 구매한 디스포저는 국내 사용이 금지된 불법 제품이었다.

저렴한 가격과 수입제품 ‘프리미엄’을 앞세워 불법으로 유통되는 해외 직구 디스포저의 사용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스포저는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싱크대에 버리면 분쇄해 고형물을 하수구로 배출시키는 제품이다. 과도한 하수도 오염을 막기 위해 고형물을 따로 걸러서 버리는 2차 처리기를 부착하고 있다는 환경부 인증을 받아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직구로 구매한 해외 제품은 2차 처리기를 떼고 유통돼 하수 오염이 되레 유발되고 있어 판매 금지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해외 직구로 구매한 디스포저는 환경부 인증 제품과 달리 대부분 2차 처리기가 없어 고형물을 과다 배출하고 있다. 분쇄기 사용이 보편화한 미국 등 해외 국가는 디스포저를 이용해 음식물을 분쇄해 물과 같이 하수구로 배출하는 것이 법적으로 허용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고형물 배출기준이 국가별로 달라서 미국 등에선 2차 처리기가 없다”면서 “해외 직구 제품을 이용하면 하수관에 음식 찌꺼기가 퇴적돼 관로를 막거나 침전물이 생겨 악취가 날 수 있어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디스포저 사용을 금지했다가 2012년 ‘고형물 중 20%만 배출’ 조건으로 인증을 받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환경부 인증을 받지 않은 불법 디스포저 판매·사용 시 제조·수입·판매업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사용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김성훈 기자 powerkimsh@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