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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미국 농산물 구매중단 결정
트럼프 핵심 지지층 농민 자극
강경 조치 불가피하다고 판단

당장가능한 제재조치 약하지만
1년뒤 美조달시장 中차단 가능
中제품에 상계관세 근거도 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그동안 칼집에만 넣어뒀던 칼을 결국 꺼내 들었다. 환율조작국 지정이라는 고강도 무기다. 위협카드로만 사용해오다 더 이상 참을 수도 없고, 이대로는 향후 무역협상도 타결이 어렵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大阪)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중국과 휴전에 합의하고 협상을 벌여왔으나 중국의 협상 태도에 변화가 보이지 않자 협상 지속 대신 전면전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예고 카드에 미국산 농산물 구매 중단으로 맞대응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농민을 자극하자 강경한 보복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 재무부가 5일 성명을 통해 발표한 ‘중국=환율조작국’ 지정은 2개월여 전인 지난 5월 29일 ‘2019년 상반기 주요 교역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정책 보고서’(환율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했던 점을 감안하면 전격적인 조치다. 2015년 제정된 교역촉진법에 따르면 △지난 1년간 200억 달러(약 24조3200억 원)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2%를 초과하는 경상수지 흑자 △GDP의 2%를 초과하는 규모의 외환 순매수 등 3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당시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 3가지 요건 중 대미 흑자(419억 달러) 1가지만 해당됐다.

미 재무부는 이러한 교역촉진법으로는 환율조작국 지정이 어렵다고 보고 이번에는 199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을 적용했다. 종합무역법에 따르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 △유의미한 대미 무역수지 흑자 등 다소 모호한 2가지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 재무부 장관이 환율조작 여부를 판단하도록 돼 있다. 미 재무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오늘(5일) 성명서에서 ‘외환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풍부한 통제 경험과 정책 도구를 축적해왔고, 제어 도구들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풍부하게 할 것이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다’고 밝혔다”며 “이는 런민은행이 환율을 조작해왔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종합무역법을 동원하면서까지 환율조작국 지정을 감행한 데는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더욱 높이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종합무역법은 환율조작국에 대한 경제·환율 정책 압박을 가하도록 하고 있어 제재 효과가 약하다. 교역촉진법을 적용하더라도 대상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금지 등 실질적인 제재 조치는 협의 개시 1년 뒤에 가능하다. 다만,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에 따라 미 정부는 중국산 제품에 대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재무부와 함께 환율조작국으로 판정되는 국가의 수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통화가치 하락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행위를 사실상 정부의 수출 보조금 지급으로 보고 상계관세를 부과하는 안이다.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와 국가보조금 철폐 요구를 계속 거부할 경우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는 판을 깔아둔 것이다. 상계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서 현재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 중인 관세 25%는 더욱 올라가게 된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