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갑룡 “피의사실공표 문제는
檢·警 공히 개선해야할 사안”

검찰이 경찰의 피의사실 공표 사건을 계속 수사하게 되자 경찰도 맞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국민에게 검경 갈등으로 비치는 상황을 조심하면서도 검찰 등의 피의사실 공표 사례 수집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은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각각 3차례, 2차례 공문을 보내 피의사실 공표 기준을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경찰은 지난 24일 법무부에 “대검·경찰·법무부가 협업 회의를 열자”는 내용의 공문을, 대검에는 “경찰과 수사 제도적 개선을 위한 수사협의회를 열자”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법무부·대검의 공식 답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실무진 선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새로 취임한 뒤 검찰 인사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보니 제도적 논의를 이어나갈 겨를이 없다는 토로도 나온다.

수사구조개혁단은 제도적 개선 논의를 위해 검찰을 포함한 수사기관들이 과거에 배포한 보도자료나 수사 브리핑 내용을 수집하며 이 중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할 수 있는 사례를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구조개혁단은 울산지검 수사가 부당하다는 판단 아래 입건된 경찰관들의 법률 지원도 담당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 사건 수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인지 기준도 뚜렷하지 않은데, 흠잡기식 인지 수사를 한다’는 인식에서다.

다만 강경한 태도로 이번 사태를 주도해 온 송인택 전 울산지검장이 퇴임했으니 새 지도부가 수사는 계속하되 불기소로 절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계속 수사하라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심의 결과가 나온 뒤에도 울산지검의 추가 출석 요구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민갑룡 경찰청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검찰과 경찰 공히 맞닥뜨린 문제로, 구체적 절차를 정해 개선해나가야 할 사안”이라며 “(공보 활동이)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관련 수사기관들이 모여서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고, 절차를 정해 (보도 기준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 청장의 이 같은 발언은 울산지검의 울산경찰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죄 수사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김수민 기자 human8@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