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이순신 등 언급이어
국채보상 운동·금모으기 까지
장기화 대비 전면전 준비 양상
전문가 “치밀한 해법 모색을”

청와대의 대일 메시지가 연일 강경해지고 있다. 일본의 강제징용 관련 경제보복 조치 사태의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전면전을 준비하는 모양새지만, 감정적 대응에 치중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보다 치밀하게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사실상 일본과의 전쟁 상황”이라며 “일본은 미·중 무역 갈등 양상처럼 이번 사태를 장기간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어떤 대응을 취하더라도 일본은 갈 길을 갈 것”이라고도 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까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계획대로 이뤄질 것이란 얘기로, 외교에서 ‘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최근 ‘무대응도 대책’이라던 기존 기조가 무색할 정도로 강경 일변도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청와대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는 참의원 선거용’이라는 기존의 잘못된 판단을 만회라도 하듯 발언 수위를 급속도로 올리는 양상”이라고 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남 블루 이코노미 경제비전 선포식’ 연설에서 “전남의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원고에 없는 발언을 했다. 대미 외교전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2차장도 13일 귀국길에 “1910년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것처럼 뭉쳐서 이 상황을 함께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 대응 의지를 강조한 취지지만, 해법 없이 반일 감정에 호소한 격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심지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13일 동학 농민혁명 당시 일제에 맞선 의병을 소재로 한 운동권 가요 ‘죽창가’를 자신의 SNS에 올려 논란이 됐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15일 불교방송 라디오에서 “우리가 고민하지 않고 노래 부르고 ‘페북질’하고 이런 것들이야 지금 일단 공감은 가지만 전략가들이 할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엄중한 외교 대치 상황에서 상대국을 향한 정교한 메시지가 발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조 수석은 이 와중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한 산업통상자원부의 대응 보도자료를 정부 공식 발표 전 SNS에 올리는 신중치 못한 처신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15일 오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한 메시지를 재차 낼 계획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감정적 대응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한·일 간 현안에 대해 일본과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논의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할 때”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