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징용 배상 소송’관련 대법원에 의견서 제출

이낙연 총리 “범부처 대응 준비”
작년 전문가 간담회 세번 회의

외교부가 2016년 강제징용 손해배상 청구 소송 과정에서 원고가 승소하면 “한·일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대법원에 경고했지만, 정작 3년 뒤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에는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이낙연 총리 주재로 2018년 범부처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민관이 함께 참여한 회의는 지난해 말까지 단 3차례만 개최됐다는 주장도 4일 나왔다.

문화일보가 이날 입수한, 외교부가 당시 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따르면 외교부는 “피해자들이 한국 내 일본 기업들의 재산을 압류하는 극단적 상황을 맞을 수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양국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또 외교부는 “법리적으로 한국이 이기기 어려운 사안이므로, 정부가 문제 해결을 하지 않고 버틸 경우 한국은 국제법을 준수하지 않는 나라로 인식되고 과거사 문제에서 갖고 있던 도덕적 우월성까지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가 현재 한·일관계 상황을 사전 예측한 것으로, 실제로 이 중 상당수가 의견서 내용대로 현실화된 셈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스스로 예상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때까지 3년 동안 이렇다 할 외교적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 직후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 등과 함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는 제대로 운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총리 주재 회의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3번 정도 총리실 주재 협의에 참여했지만, 정식 위원회나 태스크포스(TF) 회의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면서 “밥 먹으면서 정부 관계자들과 민간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하는 비공식적인 미팅이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당시 회의에서는 일본이 대법원 판결을 결코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였고, 한·일 양국 정부와 기업들이 기금을 마련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안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1월 청와대는 기금안에 대해 “발상 자체가 비상식적”이라고 일갈했고, 이후 정부 내에서는 이와 관련한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총리실은 “외부전문가 오찬 간담회는 세 번 했지만 범부처 차관급 TF 회의는 열 번 이상 개최했다”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