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日 경제보복에 韓 “전범기업 제품 불매” 지난 3일 일본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열린 당수토론회에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3일 대학생겨레하나의 한 회원이 서울 용산역 강제징용노동자상 앞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항의해 전범기업 불매운동 동참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발등에 불 떨어진 韓 기업

반도체, 韓 전체수출 20% 차지
소재별 비축량 최대 4개월 그쳐
생산차질 장기화땐 신용도 추락

부품·재료 국산화율 30~40%뿐
해외 대체공급처 찾아 동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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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레지스트(PR·감광재)는 정밀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제품의 품질이 압도적으로 좋아서 당장 대체하기도 어려워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는 재고가 업체별로 2∼3주, 1∼2주면 동날 겁니다. 지금 대체 공급처를 찾느라 다들 법석입니다.”

일본 정부가 4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3개 핵심 화학소재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에 들어감에 따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이 공급량 확보를 위해 국내외 공급처를 이 잡듯 물색하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반도체 소재 비축량이 길게 잡아도 4개월 수준에 그쳐 생산 차질은 물론, 최악에는 생산라인 가동 중단 사태까지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태가 길어지면 기업 신용도 하락도 피할 수 없게 된다. 경제 버팀목으로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생산 공정이 멈추면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 경제단체들은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은 반도체·스마트폰·TV 생산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개 품목의 수입계약 때마다 허가·심사가 필요한 구조로 전환되면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수출 소요시간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며 “재고 확보를 위해 대만, 벨기에 등 해외 일본 공장까지 직원을 급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포토레지스트와 에칭가스 확보가 당장 관건으로 떠올랐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제조공정 중 노광 공정에서 빛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웨이퍼에 바르는 액체로, 일본 스미토모, 신에츠, JSR, TOK가 생산한다. 반도체 제조공정 중 회로의 모양대로 깎아내는 식각·세정공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는 일본 스텔라, 모리타가 주공급처다. 모두 대일 의존도가 90% 수준이다.

업계 핵심 관계자는 “포토레지스트도 당장 대체하기 어렵고 에칭가스는 길게 보면 국산으로 대체할 수도 있겠지만, 제품 특성상 재고량이 1∼2주면 동날 수 있다”며 “일부 국내 업체가 생산한 물량을 확보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칭가스는 강한 독성과 변질 우려 때문에 장기 보관이 어렵다. 국내에서는 후성, SK머티리얼즈, 원익머트리얼즈 등이 생산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들 품목에 대한 일본 정부의 제재 움직임이 올 초부터 포착됨에 따라 재고 확보, 대체재 마련, 대체 거래처를 찾아 왔지만,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장비, 부품, 재료의 국산화율이 30∼40%에 불과한 원천적인 한계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고 물량이 얼마인지는 사안이 민감한 데다, 거래처가 불안해할 수 있어 공개하기가 절대 쉽지 않다”며 “쌓여 있던 재고가 있어 최대 4개월까지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후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굽어지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쓰는 갤럭시 폴드에 필요하지만 출시 일정이 잡히지 않았고, 재고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종·이은지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