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리처드 폰테인 신미국안보센터(CNAS) CEO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문화일보와의 파워 인터뷰에서 한·미가 북한 비핵화 협상의 목표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은 실무협상에서 합의된 안을 비준하는 자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리처드 폰테인 新미국안보센터 CEO

트럼프 행정부, CVID 원하지만
北 완전한 비핵화 절대 안 할 것
주고받기는 매우 조심스러워야

거의 불가능한 CVID 해법이냐
달성 가능한 ‘부분적 해법’이냐
美 근본적 결정 내릴 시기 올 것

중간수준의 核폐기-제재 완화
현실적 차선책으로 검토할 만

미국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44) CEO는 “워싱턴에서는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접근법에 대해 폭넓은 회의론이 있다”고 전했다. 폰테인 CEO는 문화일보와의 파워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전반적 목표에 대해 강력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먼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데 매우 회의적(skeptical)”이라며 운을 뗀 폰테인 CEO는 “북한의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 핵무기를 폐기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은 현재로썬 ‘노(No)’”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폰테인 CEO는 “이제는 달성 가능한 부분적 해법을 추구할 것이냐, 완전한 해법을 유지할 것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완전한 핵 폐기가 불가능하다면 북한과의 ‘주고받기’식 협상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폰테인 CEO는 만일 트럼프 행정부가 ‘부분적 합의’로 목표를 변경한다면 이는 ‘핵·미사일 실험의 무기한 중단+중간 정도의 핵 프로그램 롤백(roll-back·역행)’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북핵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등이 “다양한 방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폰테인 CEO는 3차 미·북 정상회담이 과거 1·2차와는 달리 실무협상에 기반한 협상안을 “비준(ratify)하는 회담이어야 하지, 이를 도출해내기 위한 회담이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이시형)과 함께하는 ‘미국 차세대 정책 전문가 네트워크’ 사업 방문단을 이끌고 방한한 폰테인 CEO와의 인터뷰는 지난 24일 서울 시내의 한 호텔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빅팬’이 아닌 듯한데….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는 의견은 문재인 정부의 생각일 뿐 아니라 사실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원하는데, 난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을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북한이 현재는 핵 미사일 실험을 일시 중지하고 있지만 완전히 핵무기가 없는 상태로 돌아가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불만이 많은 것 같다. 한·미 간 대북정책에 차이가 있나.

“워싱턴에서는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법에 대한 폭넓은 회의론이 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전반적 목표에 대한 강력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인데, 이제는 이게 달성 가능한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목적이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인데, 이제 우리는 이게 달성 가능한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어떤 상황과 시나리오에서 어떤 당근과 채찍의 조합이 북한의 모든 핵, 핵무기를 포함해서 모든 핵물질과 핵시설, 미사일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느냐다. 나도 그러기를 정말 원하지만, 답은 그렇지 않다. 만일 답이 ‘노(No)’라면 우리는 어떤 목적을 설정해야 하는가. 달성 가능한 부분적 해법(partial solution)을 추구할 것이냐,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완전한 해법(total solution)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냐. 완전한 해법 달성이 어려워 보이기 때문에 이제는 이 질문을 고민해야 한다. 만일 완전한 해법을 달성할 수 없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뭘 얻기 위해서 뭘 주는 것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careful). 이게 북한 외교의 문제점이기도 한데, 그들은 뭘 주면서 뭘 얻기를 원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는 궁극적으로 얻고 싶은 것을 얻을 수 없다.”

―동결과 같은 중간단계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게 현재 우리의 위치다. 지금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으며, ‘동결 대 동결’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게 중국이 말했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주장과 유사하다. 내 생각에는 궁극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부분적 합의를 추구할 것이냐, 아니냐 하는 근본적 결정을 할 것이라고 본다. 부분적 합의라고 하면 이는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함께 중간 수준의(modest) 핵 프로그램 롤백 정도일 것이다. 나는 완전한 해결이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도 부분적 합의에 편안해 할 것 같다. 다만, 지금 현재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은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는 모든 것을 원한다’이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과 같은 대북제재 완화를 대북 협상의 레버리지(지렛대)로 사용하려는 것 같다.

“개인적 의견은 우리가 핵·미사일 실험 동결과 중간 수준의 롤백을 추구하면 일부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이게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현재 미국은 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북핵과 관련해 모든 것이 폐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

“문재인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함께 논의하고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목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어떻게 그 목적에 도달할지에 대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물론 공개적으로는 우리 목표는 ‘완전한 비핵화’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짧은 시간에 이를 달성하는 것은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고, 어떤 것이 차선의 시나리오인지를 논의해야 한다. 차선책은 핵·미사일 실험의 무기한 동결과 영변 핵시설 폐쇄 등 일부 프로그램의 롤백이나 일부 핵탄두 제거 같은 것이다. 그런 다음 우리는 이를 위해 뭘 준비해야 하는지 논의해야 한다. 이 모든 게 제3차 미·북 정상회담 전에 이뤄져야 한다. 정상회담에서는 이렇게 프로세스가 준비돼 있다고 제시해야 한다. 만일 다음 미·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를 비준하는 회담이어야 한다. 이를 도출해내기 위한 회담이 돼선 안 된다.”

―보수에서는 CVID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레짐 체인지(정권교체)’라고 주장한다.

“북한은 1990년대에 주민 200만 명이 굶어 죽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정권을 유지했다. 지난 20∼21일 방북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평양 시내에서 무개차를 타고 카퍼레이드를 했는데, 당시 어떤 방탄 장치도 없었다. 얼마나 이 정권이 안전한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현재 북한 정권이 붕괴로 향하는 어떤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북한이 붕괴하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실제로 북한은 1945년 이후 정권이 계속 유지돼 오지 않았나.”

북핵 문제로 시작된 인터뷰는 미·북 관계로 넘어갔다. 김 위원장이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만 73번째 생일 즈음에 보낸 친서를 통해 대미 접촉을 재개한 데 대해 폰테인 CEO는 북한이 제3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하는 것 같다면서 개최 가능성이 꽤 높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교환했고, 시 주석 방북에도 성공했다. 어떤 전략인가.

“판단하기 어렵지만, 제3차 정상회담에서 지난 2월 말 미·북 하노이 정상회담 때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겠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도 제재 완화를 위한 일종의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북한은 지금도 여전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방에 함께 있으면 북한에 더 나은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미·북이 서로 무엇을 원하는지 편지를 교환하거나 다른 회담을 해야 하는데… 아마도 추가 정상회담을 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3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까?

“가능성이 꽤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이 “추가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뭔가 특별한 것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나. 이게 힌트다. 문제는 더 이상의 하노이 정상회담 같은 방식은 생산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정상회담 개최 이전에 뭔가 진전을 이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도 변수가 될까.

“북한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은 정말 비(非)관습적(unconventional)이다. 어떤 미국 대통령도 북한 지도자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거나, 지난해 싱가포르와 올해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나서 사진 찍고, 회담하고, 북한 경제발전 등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북한 협상팀은 이를 기회로 삼으려 할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과거 북한을 비핵화하려고 했던 시도들이 모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접근이 작동할지 아닐지는 아직 명백하지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비건 특별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의 불예측성 때문에 매우 좌절할 것 같다.

“비건 특별대표와는 20여 년 친구 사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술도 다음번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만 이야기하겠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실무협상은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의 정상회담이 다시 개최된다면 또 한 차례의 실패한 정상회담이 될 것이다. 이제 트럼프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3차 미·북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이런저런 항목에 합의하면 만날 수 있다고 회담이 개최되기 전에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무협의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차기 미·북 정상회담 개최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비건 특별대표의 구상은 뭔가?

“자주 만났지만 비건의 구상을 언론에 밝힐 수는 없다. 이 정도로만 말하겠다. 그들은 여러 가지(a number of) 다른 방안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다각도 채널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라가고 있다. 일부는 창의적인 접근법인데, 이게 궁극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는 알기 어렵다. 실무협상과 마찬가지로 이 역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여전히 최종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인가.

“아직 트럼프 행정부나 문재인 정부가 CVID가 현실적이냐에 대한 최종 의견을 결정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CVID는 현실적이지 않지만, 김 위원장이 상대적으로 새 지도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도 과거와 매우 다르지만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 전문가들이 모두 틀릴 수도 있고, 이게 실제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썬 협상이 CVID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찾을 수 없는 상태다. 오히려 북한이 핵무기를 더 늘리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은 지금 옳은 방향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의 ‘CVID 아니면 무합의(Nothing)’라는 현재의 접근법으로는 어떤 것도 얻을 수 없으며, 장기적으로 ‘동결 및 롤백’ 등 부분적 합의도 얻기 어려울 것이다.”

―일각에서는 2020년 미국 대선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협상에 관심이 떨어졌다는 관측도 있다.

“대선은 큰 변수가 아니다. 중국과의 무역협상이나 이란 핵 문제 등은 대선에서 이슈가 어느 정도 될 수 있지만, 미국 유권자들은 북한 문제 때문에 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협상의 관점에서 향후 대선까지 18개월의 대장정에서 북핵 문제가 진전이 없다면 이는 미국 내에서 ‘북한은 무엇을 했나’라는 질문을 촉발시킬 수 있다. 북한도 이 18개월 캠페인 기간에 기다리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 아니면 북한이 과거 방식대로 미국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 소규모의 핵·미사일 관련 시험을 할 수도 있다. 만일 북한이 그렇게 한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제재를 추가할 것이다.”

폰테인 CEO는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우회적이기는 했지만 다소 강경했다. ‘대중 봉쇄’라는 표현은 꺼렸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불매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 “한국은 5세대(G) 네트워크를 떠도는 자국민의 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들어 가는 상황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북핵 협상의 남·북·미·중 4자 구도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협상을 원한다”며 일축했다.

―시 주석이 지난주 전격 방북하면서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북한 카드를 사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한 문제를 무역 문제로 연장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무역 문제는 무역 문제대로 했지, 이를 북한이나 대만, 인권 문제 등으로 연결한 적이 없다. 다소 변화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시 주석이 북한 문제를 무역 문제를 압박하는 데 사용한다거나 미국이 대두를 더 사면 대북제재 이행을 더 철저하게 이행하겠다든지 하는 식으로 연계하지 않을 것이다. 시 주석이 왜 북한 평양에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북한 문제에서 중국이 주요 행위자라는 점을 다시 보여주고 싶어 한 것이 아닌가 한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에 중국을 방문하지 않았었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는 북한을 대중 협상용 카드로 쓰려는 움직임이 없을까.

“오히려 북한 문제가 우리가 중국과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북핵은 모두의 문제이자, 항상 문제였고 지금도 문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중국도 일부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반면 중국의 지적 재산권 도용이나 남중국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인권침해, 홍콩·대만 문제 등 다른 문제에서는 양국 입장이 확연히 다르다.”

―시 주석 방북으로 북핵 협상 구도가 남·북·미 3자에서 남·북·미·중 4자 구도로 바뀌었다는 우려가 있다.

“중국은 북핵 문제에서 항상 행위자였다. 그렇기 때문에 시 주석 방북으로 4자 구도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는 좀 의구심이 든다. 먼저 미국이 4자 대화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동북아의 핵심 동맹인 일본을 제외한 4자 구도로 가게 되면 이는 일본에 대한 압박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포함되면 현재 중단된 6자회담이 러시아만 제외한 5자 구도가 된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수평적인 대화를 계속하길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대화·협상은 명백하게 미·북 간 양자 사항이라고 북한은 생각한다. 북한으로서는 남한 역시 주요 행위자이기는 하지만 남·북·미 3자 대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미·중 전략 경쟁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공개적으로 한국의 반(反)화웨이 캠페인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5G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연결돼 있다. 중국의 국가보안법에 따르면 중국 회사는 정부로부터 정보를 제공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 질문이 따라 나오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특정 국가의 정부가 자국민 정보가 네트워크를 가로질러 다른 나라까지 떠돌아다니는 5G 네트워크를 편하게 생각할까.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특정 국가의 정보를 중국 정부가 제공하라고 화웨이에 요청할 수도 있다. 한국도 과연 이런 상황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나. 정말 우리는 이런 위험까지 감수할 수 있는가. 확실한 한 가지는 5G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화웨이 같은 중국 기업이 네트워크를 떠도는 데이터를 중국 정부에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국 내에서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도 압박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가입해야 한다, 아니다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묵는 마러라고 같은 클럽이 아니다. 이건 접근법이고 정책이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역에 관심을 가져야만 하고, 이는 한국의 이해와도 일치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한국이 이 전략 아래에서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본다. 동시에 미국도 ‘우리냐, 중국이냐’라고 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올 오어 나싱(전부 아니면 전무)’이 아니다. ‘올 오어 나싱’이라면 어느 나라도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 관계도 밀접하다. 이런 한국에 한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 다만, 특정 문제는 한국도 선택해야 하는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가 완벽한 사례다. 한국에는 배치할지, 말지라는 두 가지 선택만 있었다. 한국은 배치를 결정했고, 중국은 보복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과 같은 전략적 선택은 참여해서 중국과 안녕을 고하든, 아니면 참여하지 않고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기로 하는 문제가 아니다. 단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이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한국 내에서는 이미 한·미 동맹을 중시해야 한다는 시각과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지켜야 한다는 시각이 경쟁하고 있다.

“한국은 어떤 아시아를 염두에 두고 있는가. 미국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원한다. 정치적 강제가 없고, 한·미처럼 민주주의가 안전한 곳 말이다. 반면 나는 중국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만일 한국이 두 개의 균등한 힘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면 이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 리더십은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적 독립, 외교정책의 독립 차원에서 한국이 덜 선호할 것 같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중국과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민주주의가 더 강력해지는 것을 원한다. 반(反)중국 연합이 아니라 민주국가들의 연합이다.”

―하지만 미국 공화당 주류에서 대중 봉쇄 심리가 상당한 것처럼 느껴지는데.

“공화당원으로서 동의하지 않는다. ‘봉쇄(containment)’라는 단어를 중국이 좋아할 것인데, 중국은 “미국이 이렇게 우리를 봉쇄한다”고 말할 것이다. 이는 우리가 냉전 시대의 오래된 플레이북(각본)을 다시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를 줄 수 있다. 봉쇄는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지니는데, 구소련 스타일의 공산주의 확산을 저지한다는 지정학적 개념이다. 유럽과 동남아시아에 선을 긋는다는 것으로, 남북을 가르는 38선도 그런 의미다. 이 선을 넘어오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중국에서 이런 행태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확실히 동북아시아에서 파워 균형을 원한다. 중국의 비자유주의적(illiberal) 경향이 규범이 되지 않아야 한다. 다른 나라들이 중국의 강압적(coercive) 압박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는 봉쇄가 아니라 중국과 경쟁하는 것이다. 봉쇄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젊은 시절 일본에서 1년간 영어 강사를 했었는데, 현재의 한·일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과 일본 모두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과거사 문제는 조만간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일은 서로에 전혀 위협이 아니다. 반면 한·일 모두에 중국은 장기적 차원에서 도전이다. 또 미국은 한·일 모두의 동맹국이다. 미국 관점에서는 우리의 동맹인 한·일이 서로 불신하는 것은 좋지 않다. 이는 동북아 지역에 존재하는 동맹 간 단합을 침해할 수 있다. 또 현재 미국은 역내에서 한국과 일본을 끌어모아 3각 협력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일 모두에도 좋다.”

인터뷰 = 신보영 정치부 차장 boyoung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