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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닥치고 피아노!’

칼럼의 제목을 이루는 두 단어인 ‘요즘’과 ‘클래식(음악)’은 사실 모순된 조합이다. 클래식 음악은 유럽의 전통적 작곡 기법으로 만든 음악을 말한다. 더 이상 창작되지 않는 ‘과거의 음악’인 셈이다. 서구의 음악 사조를 잇는 현대 창작곡들은 ‘현대음악’으로 클래식 음악 시장에서 소비된다. 우리 고유의 작법 또는 악기를 사용한 음악은 과거의 것이든 현대의 것이든 국악으로 분류되며, ‘대중음악’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는 음악적 특징에 의해 세분화된다. 시대 구분을 위한 용어, 서구의 관점에서 타자화한 ‘나머지’로서의 장르의 혼용은 이미 해묵은 논쟁이다. 많은 이가 이제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음악가에게 이러한 관습은 머뭇거리거나 넘어서야 하는 일종의 벽이 될 수 있다.

캐나다 출신의 음악가 칠리 곤잘레스 역시 이러한 벽 앞에서 자신의 재능을 어떻게 펼쳐 보일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6일 개봉한 곤잘레스의 다큐멘터리 ‘닥치고 피아노!’(감독 필립 예디케·사진)는 고전음악을 연주하던 꼬마 피아니스트가 온 세상에 가득한 소음을 뚫고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다 밴드를 결성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20대 곤잘레스는 피아노를 연주하며 고함에 가까운 랩을 쏟아 내고 옷을 벗어 던지며 온갖 기행을 일삼는다. 이를테면 캐나다 국적 포기를 선언하며 베를린 언더그라운드의 회장이 되겠다고 기자회견을 여는 식이다. 곤잘레스는 자신의 젊은 시기를 “관심받으려고 소리만 지르던 때”로 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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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소란스러운 무대 뒤에는 섬세한 음악성과 쓸쓸한 내면을 지닌 또 다른 자아가 있었다. 2004년 곤잘레스는 음울하면서도 서정적인, 공간감이 느껴지는 피아노 독주 음반으로 대중에게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각인시킨다. 이후 피아노와 고독한 대화를 이어가는 한편 다프트 펑크 같은 팝 음악가들과 협업하며 대중적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2011년 빈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을 기록한 영화의 후반부는 곤잘레스의 고독과 고뇌를 드러낸다. 웃음을 참는 지휘자와 단원들을 앉혀 둔 채 손가락에 피가 날 정도로 온몸을 던져 노래하고 연주하는 곤잘레스. 클래식 음악회장의 곤잘레스는 하나의 ‘이벤트’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피아노 위에 올라가 누워버리거나 팝 가수의 콘서트에서처럼 객석 위로 몸을 던지기도 한다. 곤잘레스의 행동은 예술일까, 아니면 그저 몸부림일까. 평가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바흐, 베토벤, 브람스를 존중하는 만큼 무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의 의도적 행동들이 현대음악계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에너지 충만한 또 한 편의 블록버스터급 음악 영화가 많은 영화 팬의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냉정하게 스스로를 조소하는 고독한 음악가의 이야기도 여기에 있다.

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