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달 31일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농성을 마치고 돌아간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 극장 내부 시설이 파손된 모습. 연합뉴스

현대重 ‘강성 노조’의 폭주

의무가입 입사후 20년 발묶여
조직적·일사불란한 행동 강요

지난달 현대중공업 노조의 주주총회장 점거농성 사태 등 노조의 강성 일변도 활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에서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조합원들에게 강압적으로 참여를 요청하거나 집단 따돌림을 가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폭력 시위를 일삼는 강성노조의 영향력은 ‘노조 의무가입’이라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현대중공업 내부 관계자는 “노조원들 사이에서 ‘난 파업 안 하고 일을 하겠다’고 하면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라며 “대놓고 파업에 빠지겠다는 말은 못 하고 파업 날 휴가를 쓰든지, 아프다고 병원에 가든지 하는 식으로 해서 파업을 빠져나간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노조 내부에서도 강성노조의 강압적인 파업 독려 행위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파업 기간 동안 파업에 적극 동참했다는 한 노조원은 “파업 기간 중 지도부가 일하는 조합원에 대해 ‘쥐새끼’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더 많은 조합원을 마치 자신들의 적이라는 듯 욕했다”며 “생존권 사수라는 절박함은 폭력으로 지킬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쇠파이프를 들라고 선동하고 조합원을 폭력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려 했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한 노조원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20∼30여 명의 노조원이 몰려다니며 욕설과 인신공격을 해댄다”며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다른 조합원들에게 파업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현대중공업 사원은 크게 기능직과 관리직으로 구분된다. 기능직은 다시 △기원 △기사 △기장 등의 직급으로 나뉘는데, 기원과 기사 직급까지는 의무적으로 노조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내부 직원은 “기능직의 경우 한 직급 위로 승진하기까지 보통 10여 년이 걸리기 마련이라 기능직은 사실상 40대 중·후반까지 의무적으로 노조에 소속되는 셈”이라며 “20년 가까이 노조에 발을 묶이게 되면 누구라도 노조의 힘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조직적인 행동이 잘 이뤄지는 것도 다 이 같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송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