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결국 경찰과 충돌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장소로 긴급변경된 울산 남구 무거동의 울산대 체육관 앞에서 주총장 진입을 시도하는 노조원들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

사측 500여명 헬멧까지 쓰고
예정대로 한마음회관 진입시도
노조원 2000여명이 틀어막아
법원 ‘8시 시한’ 결정 무시하고
법원 파견 검사인도 진입 막아

20㎞ 거리인 울산대로 바뀌자
勞 수백명 오토바이 타고 이동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법인분할)을 위한 주주총회가 힘을 앞세운 노조의 방해에 발목을 잡혀 긴급히 새로운 장소로 변경돼 개최됐다. 최초 주총 장소에서는 노조가 점거 농성을 벌여, 주총을 방해하지 말라는 법원의 결정도 휴지 조각이 됐었다. 주총 적법성 여부를 확인하러 법원에서 파견된 주총 감시인도 노조의 저지로 주총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은 주총 당일인 31일 당초 예정대로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에서 주총을 열기로 하고, 오전 7시 40분부터 직원과 주주, 질서유지요원 500여 명을 한마음회관으로 보냈다. 하지만 지난 27일부터 5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조원 2000여 명이 한마음회관 입구를 꽁꽁 틀어막아 직원과 주주들은 한마음회관 부지 안조차 한 발짝도 밟아보지 못했다. 노사 간 대치 상황에도 경찰은 주변에서 지켜만 보고 있었다. 경찰은 이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곳에 전날과 같이 46개 중대 4200명을 배치했으나, 회사 측이 노조에 의해 주총장 출입을 막혀도 어떤 역할을 하지 않았다.

같은 시간 한마음회관 건물 내부 출입구는 쇠사슬 등으로 모두 잠겨 누구 하나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철저히 봉쇄됐다. 2000여 명의 노조원이 한마음회관 광장과 건물 내부를 점거하고 있었다. 주차장은 1000여 대의 오토바이로 점거돼 있었다. 하루 6000여 명의 시민이 이용하는 시설물이 민주노총의 요새가 돼버린 셈이었다.

오전 8시가 되면서 법원의 ‘주총 방해 금지’ 결정도 완전 무용지물이 됐다. 울산지법은 지난 27일 현대중공업 노조 등에 주총 당일인 31일 오전 8시부터 주총이 끝날 때까지 ‘주주나 임직원이 주총장에 출입할 수 없도록 출입문을 봉쇄하는 행위’ ‘주총장 단상을 점거하거나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 등을 못 하게 했다. 법원은 이를 위반 시 건당 5000만 원을 현대중공업에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여전히 주총장 문을 걸어 잠갔다. 주총의 합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의 요청으로 법원에서 파견한 주총 검사인(변호사)도 수차례 주총장 확인을 시도했으나, 노조의 저지로 들어가지 못했다.

노조는 앞서 지난 30일 오후 4시에는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고시문을 부착하려고 온 법원 집행관마저 되돌려 보냈다. 사회질서와 상법을 지키려는 법원의 결정이 깡그리 무시당한 것이다.

노조는 9시쯤 주총 장소 변경에 대비, 일부 노조원을 현대중공업 정문으로 긴급 배치하는 등 새 주총장 봉쇄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회사 측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정문을 버스 10여 대로 가로막는 등 폐쇄 조치했다.

노조의 주총 저지가 길어지면서 주총 예정시간인 10시에 결국 주총은 열리지 못했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더 이상 이곳에서 주총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10시 30분쯤 주총 장소를 울산 남구 무거동 울산대 체육관으로 변경해 11시 10분 개최한다고 안내했다. 한마음회관과는 약 20㎞ 떨어진 곳이다. 이에 노조 측은 이번 주총은 무효라며 부부젤라를 불며 반발하고, 수백 명은 오토바이를 타고, 새 주총장인 울산대 체육관으로 향했다. 새 주총장에는 회사 측 관리자들과 경찰이 배치, 노조의 주총 방해에 대비했다. 현대중공업은 11시 10분 변경된 장소에서 주총을 열고 물적분할 건을 처리했다.

새 주총장에 도착한 일부 노조원이 주총을 저지하기 위해 유리창문을 깨고 주총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 보안요원 등이 밀어내느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날 열린 임시주총에서는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온 물적분할 안건이 상정된 지 10분 만에 통과됐다. 조합원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주총장을 빠져나와 애초 집결했던 한마음회관으로 돌아갔다.

울산=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송유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