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문 대통령,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 연합뉴스

- 文대통령, 잇단 강경발언 왜?

주변 조언보다 자기경험 중시
文도 ‘집권 3년차’ 전철 밟는듯
한국당서 ‘색깔론’ 고수하는한
‘대치국면 풀긴 어렵다’ 속내도

여당선 “할 말 한 것” 옹호 속
“野와 대화할때… 시점 아쉬워”

전문가 “성찰·통합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국무회의에서 “여야를 넘어 초당적으로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정치권 협조를 부탁했지만, 전날만 해도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는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등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뒤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임기 반환점이 가까워졌지만 별다른 국정 성과를 내지 못하는 조바심과 국회 등 정치권의 비협조로 전망도 밝지 않은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국정 운영에 최소한의 협조도 하지 않은 채 대화 제안을 거부하며 막말과 비판을 퍼붓고 있는 데 대한 누적된 불만과 불신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소통과 협치를 거부하고 ‘우리는 틀리지 않았다’는 자만과 독선에 빠지는 ‘3년차 증후군’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당과 같이 갈 수는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전날(13일) 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에서의 발언에 대해 “지난 2년간 국정 운영의 밑그림을 그렸다면 이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취지”라며 “한국당도 대통령의 발언에 비판할 게 아니라 막말하는 정치를 그쳐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정치권, 특히 한국당을 겨냥한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것은 청와대에 쌓인 한국당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여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취임 후 문 대통령의 ‘워딩’이 세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촛불 정부’라 칭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 황 대표를 국정 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데다 황 대표가 계속 ‘좌파독재’ 운운하며 철 지난 색깔론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적극적으로 대치 국면을 풀 수는 없다는 속내도 엿보인다.

◇‘집권 3년차 증후군’= 청와대 안팎에서 소통과 협치에 대한 건의가 있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지난 2년간 정책 기조를 고수하며 야당만 윽박지르는 입장을 내놓은 데에는 지난 2년의 정책 실패 지적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는 고집이 깔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야당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 집권 초 대통령의 발언과는 달라진 게 느껴진다”고 우려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기획 대표는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것은 혁신이지만 나는 잘못한 게 없고 너희가 다 바꿔야 한다는 것은 기득권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과거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야당 관계자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며 주변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그간 국정을 이끌어 온 자신의 경험을 더 중시하게 된다”며 “그러다 보면 인정할 수 없겠지만, 자만과 독선에 빠지는 ‘집권 3년차 증후군’을 겪게 되는데, 여기서는 역대 대통령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인 듯하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과 장단 맞추는 민주당 = 민주당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주류뿐 아니라 중도·비주류 등에서도 문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참다 참다 할 말을 한 것”이라는 기류가 많다. 할 만한 이야기를 했다는 평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서 정치권의 행태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지금은 청와대도 모른 척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를 밀어줘서 꼬인 국회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면서 “발언 의도는 이해되지만, 시점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 성과 내기에 집중해야 =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꼬인 정국을 풀고, 국정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결국 야당이 반대할 때 여권이 그것을 수용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조정해 가는 것이 정치인데 역대 정권은 다 정치가 아닌 통치를 해왔다”며 “문 대통령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가려면 통 큰 리더십, 파격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대통령은 대한민국 최고의 메신저이기 때문에 성찰과 통합의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병기·유민환·이정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