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이번엔 서쪽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9일 인민군의 서부전선 방어부대에서 화력타격훈련이 실시됐다고 10일 보도한 가운데, 훈련을 참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쌍안경으로 미사일 발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美 ‘北 탄도미사일’ 규정 통해
‘유엔 결의안 위반’ 부각시켜
느슨해진 국제 제재공조 죄기

美, 北과 대화 문 열어놨지만
‘빅딜·장기전 불사’ 분명히해
北 ‘벼랑끝전술 소용없다’ 쐐기
미니트맨 발사로 ‘무력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9일 동해상으로 쏘아진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이라고 규정함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위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미 행정부는 대화의 문은 열어 놓았지만 빅딜 원칙과 장기전 불사 의사를 분명히 해 미·북 간 긴장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상 첫 북한 화물선 압류 및 몰수소송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을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경고장을 보냈다.

이미지 크게보기 북한이 9일 서부전선 방어부대에서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추정 미사일이 이동식미사일발사대(TEL)에서 발사된 뒤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미 국방부가 도발 13시간 뒤 내놓은 성명을 보면,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단정하는 데 주저한 흔적이 전혀 없다. 미 국방부는 북한의 지난 4일 발사체에 대해서는 발사 5일 만에 ‘로켓과 미사일’이라고 밝힌 점과 대비된다. 북한의 4일 미사일 도발 당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로키를 유지한 것이 오히려 북한의 추가 도발을 불렀다고 판단하고 강수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을 부각해 한국과 중국, 러시아를 중심으로 느슨해지는 대북제재 국제 공조의 끈을 다잡는 한편 북한을 향해서는 벼랑 끝 전술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려는 이중 포석으로 풀이된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1718호(2006년 10월)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시행 금지, 결의안 1874호(2009년 6월)는 탄도미사일 관련 모든 활동 중단, 결의안 2397호(2017년 12월)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추가 발사 금지를 담고 있다. 미국은 또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대해 장기전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경제적·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여 비핵화 협상 지연이나 추가 도발은 북한에 손해일 뿐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북한이 협상할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말해 ‘비핵화 대 제재 완화’라는 빅딜이 유일한 협상안임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지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해 북한의 지속 도발 시 대북 정책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도 경고했다.

미 법무부가 대북제재를 위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고 몰수를 위한 민사소송까지 제기하는 초유의 조치에 들어간 것은 이러한 경고가 말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법무부의 선박 압류 조치 발표는 북한이 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나온 것”이라며 “미 정부가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고 보도했다. 미 공군이 9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ICBM 미니트맨3 시험 발사를 한 것도 북한에 대한 군사적 경고라는 해석이 나온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장관 대행은 이날 기자들에게 “우리는 외교가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우리에게 필요한 준비 태세를 조성해 가는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군사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음을 시사했다.

워싱턴 = 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