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013년 6월 데뷔 모습. 2015년 5월 국내 음악방송 첫 1위. 2017년 5월 미국 빌보드뮤직어워즈 첫 수상. 2018년 9월 유엔 연설, 2019년 4월 ‘SNL’ 출연.

■ ‘5060’을 위한 BTS 입문 가이드

서정적 ‘봄날’도 입문곡 권할만
DNA·FAKE LOVE·쩔어 등
1억뷰 이상 MV 18편에 도전

작년 유엔 연설 ‘역사적 사건’
팬들에 “스스로를 사랑하라”

유튜브 무국적성, 신드롬 한몫
동양인에대한 편견 해소 시초

“도대체 왜 이렇게 난리입니까?” 고등학생 자녀를 둔 50대 회사원 정모 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대뜸 이렇게 물었다. 방탄소년단(BTS)에 빠진 자녀에게 “연예인이 뭐 그리 좋냐”고 말했다가 핀잔만 들은 탓이다. 빌보드 2관왕이라니 대단한 것 같긴 한데 BTS를 알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한다. 이제라도 BTS와 이들의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니 다행이다. BTS는 단순한 한 그룹을 넘어 우리 시대 문화 흐름을 최전선에서 이끌고 있는 동시에 누구도 정확하게 몰랐던 문화적 현상을 드러내는 거대한 상징이기 때문이다. 5060세대를 위한 BTS 이해 가이드를 마련했다.

◇BTS 입문,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2013년 데뷔한 BTS는 지금까지 8장의 정규 앨범을 비롯해 약 30장의 앨범을 냈다. 한꺼번에 완전정복은 불가능하다. 먼저 이들의 행보를 짚을 수 있는 시그니처 곡을 듣기를 권한다. 초창기 BTS의 에너지를 한껏 느낄 수 있는 ‘상남자’를 시작으로 이들에게 국내 지상파 첫 1위의 영광을 안긴 ‘아이 니드 유’와 ‘쩔어’ ‘호르몬 전쟁’ 정도를 듣는 것이 ‘생기초’다. 본격적인 해외 활동이 시작된 2016년 이후 대표곡은 ‘불타오르네’를 비롯해 ‘피 땀 눈물’ ‘봄날’ ‘DNA’ ‘MIC DROP’ ‘FAKE LOVE’와 최근 앨범의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등이다.

영상 세대를 열광케 하는 BTS를 좀 더 쉽게, 빨리 이해하기 위해 그들의 뮤직비디오(MV·1억뷰 이상 18편)를 봐야 한다. 5060 세대라면 비트가 빠르지 않고 서정적인 ‘봄날’ ‘피 땀 눈물’에서 시작해 이들의 대표 타이틀을 섭렵하는 것이 좋다. ‘DNA’(7억 뷰), ‘FAKE LOVE’·‘불타오르네’(5억뷰), ‘쩔어’·‘MIC Drop’·‘피 땀 눈물’·‘IDOL’(4억 뷰) 등을 보면 BTS 멤버 7명의 얼굴과 그들의 남다른 퍼포먼스가 눈에 익을 것이다.

◇우리 시대는 ‘착한 영향력’을 원한다.

BTS는 지난해 9월, K-팝 가수 최초로 유엔아동기금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에서 연설했다. 대중적 팬덤을 바탕으로 빌보드에 초청받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사건’이다. 이들이 여기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 성장과 청춘의 고통을 앓으며 동시대 젊은이들과 공감과 위로의 거대한 네트워크를 만든 BTS의 음악적 메시지 때문이었다. 연사로 나선 리더 RM은 자신들의 ‘러브 유어셀프’ 앨범에 빗대 “진정한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며 “우리 스스로를 사랑해야 삶을 바꿀 수 있다. 여러분 목소리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바로 BTS의 ‘착한 영향력’이다.

해외 팝·힙합 가수들이 각종 기행과 일탈로 구설에 오르는 것과 달리 BTS는 데뷔 후 7년간 잡음 하나 없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왔다. 해외 팬들도 경험하지 못한 스타의 행보다. 김동철 녹십자밸런스 심리케어센터장은 “BTS는 탄탄한 실력 외에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감성적으로 접근한다. 해외 가수가 내한 공연에서 팬들이 모두 함께 부르는 ‘떼창’에 감동하듯, 이는 서구에선 흔하지 않은 접근법”이라며 “결국 BTS의 선한 기운에 대한 동시대 젊은이들의 열망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Z세대 표상, 오바마 세대와 호응하다.

BTS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한 디지털 세대)를 대변하는 아티스트로 분류된다. 이들은 Z세대의 놀이터인 유튜브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디지털 세상에는 국경이 없다. BTS는 흔히 열광적 팬덤 때문에 비틀스와 비교되지만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은 BTS 신드롬을 1980∼1990년대 마이클 잭슨의 영향력에 비유했다. 그는 “마이클 잭슨을 보며 만들어진 ‘흑인도 섹시하고 멋지다’라는 인식이 결국 미국 첫 흑인 대통령을 탄생시킨 ‘오바마 세대’를 만들었듯, 지금 BTS에 열광하는 이들이 성장했을 때 더 이상 동양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갖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BTS 자체의 매력만으로 지금의 현상을 분석하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결국은 유튜브가 상징하는 ‘무국적성’이라는 시대 정신이 BTS라는 신드롬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물론 여기엔 가장 기본적으로 BTS의 음악이 있다. BTS 신드롬에 놀란 대중이 그들의 놀라운 실력에 다시 매료되며 신드롬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이들의 노래 ‘불타오르네’처럼 타오르고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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