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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자동차 1분기 생산량
5년새 20만대 가까이 급감

르노삼성 강성노조 장악후
임단협조차 아직 타결못해
수출은 1년만에 50% 폭락

참여연대 등은 與와 손잡고
‘하도급 개선하라’ 업체 공격

노조와 시민단체의 이중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는 존립이 흔들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르노삼성자동차는 강성으로 변한 노조와 힘겨루기 속에 아직 2018년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조차 타결하지 못한 채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 와중에 시민단체들은 여당 의원과 손잡고 “불공정 하도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완성차 업체들을 공격하고 있다.

29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1분기 115만4853대였던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5년 1분기 110만8077대, 2017년 1분기 104만971대, 지난해 1분기 96만2803대에 이어 올해 1분기엔 95만4908대까지 줄었다. ‘생산 절벽’이란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의 상황은 강성 노조가 회사의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단적으로 대비해 보여주는 사례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9일까지 6개월 넘게 부분파업을 벌였다. 업계에 따르면 누적 250시간 파업으로 르노삼성 부산 공장이 본 생산 손실은 약 28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르노삼성차는 올해 1분기 3만9210대를 팔아, 1년 전보다 판매량이 39.6%나 급감했다. 지난해 4분기 판매(5만5682대)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22.7% 줄어든 바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7% 추락한 데 이어, 올 1분기 수출은 1년 전보다 50.2%나 폭락했다. 장기 파업 속에 북미로 수출하던 닛산 SUV ‘로그’ 위탁생산 물량도 연간 10만 대 수준에서 올해는 6만 대로 줄었다. 르노가 대주주인 닛산은 파업 장기화로 인한 생산 차질을 우려해 자국 공장(일본)으로 2만4000대를 돌렸다.

반면 노사관계가 좋은 쌍용차는 지난해 4분기 4만559대를 팔아, 전년 동기 대비 판매를 9.5% 늘렸다. 이어 올 1분기에도 3만3627대 판매로 1년 전보다 9.7% 증가한 판매 실적을 올렸다.

과거 강성 노조에 휘청거렸던 외국 자동차업계 사례도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프랑스 푸조시트로엥은 2012년 상반기 자동차 매출이 10.5% 줄어들자, 그해 6월 오네이 지역 공장을 2014년에 폐쇄하는 대신 근로자는 강제해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를 거절하고 파업에 들어갔고, 결과적으로 공장 폐쇄 시점만 앞당겨졌다.

2000년대 초반 세계 부품업계 선두였던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자회사 델파이는 높은 인건비와 판매 부진으로 위기를 맞고 노조에 임금 대폭 삭감과 의료·연금 혜택 축소를 요청했다. 노조는 거부했고, 사측은 2005년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낸 뒤 미국 내 저부가가치 제품 생산공장을 대거 폐쇄·매각하는 등 대대적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완성차 업체에 대한 시민단체의 압력도 거세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등은 “납품단가 후려치기, 공급가격 차별행위 등 전속거래구조가 야기하는 ‘자동차산업 하도급 5대 불공정행위’를 근절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 조사 및 감독 행정이 필요하다”고 정부 개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관련 토론회도 개최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