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경제활력은 언제쯤… 홍남기(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동훈 기자 dhk@

- 전기차 전문가들 경고

현재 전력으론 100만대 ‘커버’
5~6년뒤엔 블랙아웃 가능성도
차량 80만대 1000㎿ 필요한데
전력수요증가분 290㎿만 반영
2030년 전력수급 차질 불가피

화력발전으로 부족량 메울 땐
미세먼지 증가 ‘역설’ 낳을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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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전기차 시장 확대를 강조하는 정부가 탈원전 기조를 고수할 경우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오히려 화력발전 증가로 인한 미세먼지 증가라는 ‘모순’을 낳게 된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전기차협회장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17일 “전기차 전 단계의 하이브리드차 수명이 70%가량 짧아지는 등 전기차의 대중화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다가온 상황에서 향후 전력 공급 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면서 “탈원전만 고집해서는 답이 안 나오는데 민감해서 모두 얘기를 못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자동차 전문가인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현재의 전력사정으로 전기차 100만 대까지는 커버할 수 있지만, 그 이후인 2025~2030년 사이에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긴다고 봐야 한다”면서 “과연 원전을 빼고 전력수요를 맞춘다는 게 가능하겠는가”라고 물음표를 던졌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전기차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화력 발전의 증가로 오히려 미세먼지가 더 증가한다는 내용의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전기차의 역설’이라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안상진 KISTEP 연구원은 “세계 평균 혹은 상위 수준으로 전기차가 증대할 경우 2024∼2026년 전기차로 인한 전력수요 초과로 인한 블랙아웃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고서에서 주장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전날 ‘미래 신성장산업 전기자동차 발전 방향’이라는 주제의 포럼 축사에서 “2030년까지 전기자동차 3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030년 전기차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분으로 290㎿를 반영했을 뿐이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전기차가 80만여 대만 보급돼도 100만㎾(1000㎿)가 넘는 전력량이 필요하다는 분석들이 나와 있다. 환경부의 300만 대 보급 목표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전력 수요증가 예측이다. 정부 부처끼리도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산업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년)의 수요소위원회는 “수요전망이 설비계획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불확실한 수치를 산정·반영하는 데 신중하자”는 의견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기차 보급에 따라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석탄화력 발전으로 충당하면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이른바 ‘네덜란드 패러독스’가 나타나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석탄화력 발전 설비를 줄이더라도 2030년 전체 발전에서 석탄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36.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차에 필요한 전기의 상당 부분을 화석 연료에 여전히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