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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내 실현 계획 세웠지만
기술 까다롭고 판사들 반발
판례 빠른 검색 수준 그칠듯

‘인공지능(AI)이 유사 판례를 찾아주고 판결문 초고(草稿)까지 써준다.’ 1년 전 대법원이 발표한 ‘2024년 스마트 법원 4.0’ 계획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판결문 맨 위에 들어가는 법원과 사건명, 당사자 정보 등 형식적 기재사항은 재판사무시스템이란 법원 내부 전산망 데이터베이스(DB)에서 이미 자동 생성되고 있다. 판사가 직접 쓸 필요 없이 컴퓨터가 알아서 빈칸을 채워준다. 그러나 지능형 판결문 초고 생성은 한발 더 나아가 주문(主文), 청구취지, 판단 이유 등 판결문의 실질적 기재사항까지 써주는 수준을 목표로 잡았다. 판사들도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다. 이게 가능할까.

주문은 결론을 한 줄로 요약한 문장이다. ‘피고는 원고에게 ○○○원을 지급하라’ ‘상고를 기각한다’ 같은 형식이다. 청구취지는 원고가 피고에게 요구한 내용이다. 주로 소장에 나온 문장을 그대로 싣는다. 판단 이유가 바로 판결문의 노른자위다. 판사가 왜 주문과 같은 결론을 내렸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한 소논문이다. 이것도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기초 사실(인정 사실), 당사자 주장, 판단이다. 기초 사실은 재판에서 증거 등으로 확인된 사건 팩트다. 당사자 주장은 원·피고가 다툰 상반된 의견을 말한다. 판단은 기초 사실에 비추어 당사자 주장 중 어느 쪽이 거짓 또는 잘못됐나를 가려주는 노른자위 중 노른자위다. 이 가운데 기초 사실과 당사자 주장은 판사도 원·피고가 제출한 서면에서 뽑아 재구성한다. 그래서 당시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관리국은 “(AI의) 서면 요약 기능으로 (기초 사실과 당사자 주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판사는 주문과 판단 부분만 직접 쓰면 돼 판결문 작성 부담이 훨씬 덜어진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판결문 중 5페이지 이하가 88%에 달한다. AI가 ‘감기’에 해당하는 평이한 다수 사건의 판결문 상당 부분을 써준다면 판사는 ‘암’ 급의 중대사건 판결문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최근 신중한 행보로 돌아섰다. 유사 판결문 검색 및 추천은 몰라도 판결문 초고의 실질적 기재사항까지 자동 작성하는 데는 훨씬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뀐 이유를 두 가지로 보고 있다. 판사들의 반발과 기술적 구현 어려움이다.

판사의 판결문 쓰기는 AI의 불가침 성역으로 남을 것인가.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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