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정책 관련 부처 관계자
“北, 경제건설에 군사력 투입?
軍 빼내려면 핵무기 더 필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의 비핵화 협상 방침과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해 정부 내에서 서로 다른 의견과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교착에 빠진 미·북 협상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내부에서부터 핵심 개념과 사안에 대해 명확한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비핵화 협상 전문가 및 야권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의 비핵화 협상 입장에 대해 청와대와 외교부 등 정부 내에서 각기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이 “올 오어 나싱(All or Nothing, 전부 아니면 전무)이냐”는 질문에 “미국의 입장은 포괄적인 그림을 갖고 협상을 해야 한다는 뜻에서 ‘빅 픽처’(큰 그림)이지만 ‘올 오어 나싱’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지 않으냐”며 “(미국의) 올 오어 나싱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협상 방침에 대해 실무부처와 청와대가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간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과 관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적 결단을 내렸다”며 강한 신뢰를 표시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 내에서조차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북 정책 관련 부처의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고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나설 것이란 계획에 대해 “경제 건설에 군사력을 투입하면서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무기가 필요한 만큼 핵을 포기하고 군사력을 경제현장에 투입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이 한·미 동맹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안보와 대북 준비 태세를 지원받았기 때문에 경제 성장 속도가 빨랐던 부분도 있다”며 “북한도 안보 태세에 있어 재래식 무기보다 효율적인 핵무기를 유지하며 군사력을 경제 건설에 투입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