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정부 비하·가짜뉴스 배포 땐
벌금 부과하고 재범땐 구금法
13일 푸틴 서명 뒤 발효 예정
글로벌 SNS차단 철의 장막도

“아직도 전체주의적 발상” 빈축

러시아 의회가 인터넷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대통령과 정부 관료를 조롱할 경우 행위자에 대해서 벌금을 부과하고 최장 15일 동안 가두는 법안을 만들었다. 권력에 대한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차단하는 전근대적이고 시대 역행적인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국제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다.

7일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하원은 이날 온라인을 통해 ‘21세기 차르(황제)’로 불리는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관료를 조롱하거나 정부가 ‘가짜 뉴스’라고 지정한 뉴스를 배포한 개인이나 법인들에 벌금, 혹은 구금형을 내리도록 하는 법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은 사회, 국가, 국가의 상징물, 헌법 혹은 정부에 노골적인 비하 내용을 담은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릴 경우 최대 10만 루블(약 17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보 위험도를 확인해 가짜 뉴스가 국가 주요 시설을 교란시켰다고 판단되면 벌금은 30만∼100만 루블로 올라간다. 재범일 경우 벌금은 두 배로 가중되고 최대 15일의 구금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법무부에 등록된 기존 매체들이 가짜뉴스를 보도할 경우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미등록 매체들은 경고 없이도 폐쇄가 가능하다. 법안은 상원을 거쳐서 오는 13일쯤 푸틴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될 예정이다.

러시아 하원은 “가짜 뉴스는 누군가의 삶, 건강 혹은 재산에 피해를 준다”며 “대규모의 무질서와 위험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안을 공동 발의한 레오니트 러빈 의원은 “정보가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할 경우 즉각적인 차단이 필요하다”며 “이는 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언론이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시민위원회 등의 단체는 “심각한 언론 통제”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지 베도모스티니도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최근 러시아는 중국을 따라서 온라인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텔레그램의 접속을 막았다. 또 최근에는 미국이 인터넷 접속을 제재하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자체적으로 만든 온라인 접속 시스템인 ‘러넷’의 구축 작업을 마치고 시험 단계에 들어갔다.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 정부가 러넷을 통해 국민의 국제 인터넷 서비스의 접근을 완전히 차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BBC방송은 “러시아 정부가 온라인 통제를 통한 ‘인터넷 철의 장막’을 구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