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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독립선언’은…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간다(神田) 재일본한국YMCA(도쿄YMCA) 건물 앞에는 ‘2·8독립선언’ 기념비(사진)가 있다. 대형 화강암에 ‘조선독립선언 1919년 2·8 기념비(朝鮮獨立宣言 一九一九年 二八 記念碑)’라고 새겨져 한반도에서 벌어진 3·1운동을 태동한 2·8독립선언의 발상지임을 알렸다. 사실 기념비가 들어선 자리는 한국의 독립을 요구하는 선언서와 결의문을 선포한 정확한 시발지는 아니다. 1919년 2월 8일 일본에 유학 중이던 한국인 유학생들은 이곳에서 500m 정도 떨어진 조선기독교청년회관에서 선언서를 낭독했다. 하지만 1923년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기독교청년회관이 화재로 소실되면서 자리를 옮겨 기념비를 세웠다.

도쿄재일유학생회는 1909년 도쿄에 유학생들의 모임을 처음 만들었다. 이후 1912년에 도쿄재일유학생회는 재일동포와 일본 사회단체까지 연대하는 도쿄조선유학생학우회로 확대된다. 당시 조선인 유학생은 1000여 명 정도였고 독립선언에는 이광수와 최팔용, 윤창석 등 600명이 참여했으니 절반 이상이 도쿄에서 독립을 외친 셈이다. 하지만 이광수 등은 일제 말기에는 친일로 방향을 틀었다.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민족자결주의에 영향을 받았던 이들은 독립선언 당일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후 일본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하려 했지만 일본 경찰의 제지로 실패했다.

도쿄YMCA의 ‘2·8독립선언 기념자료실’의 자료실장을 맡고 있는 다즈케 가즈히사(田附和久·52) 씨에 따르면 2월 8일 이후 12일과 14일에도 구속되지 않은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집회를 계속했다. 이들은 교포들과 연대해 도쿄 전역으로 시위를 확대하려 했고 일부는 도쿄 중심인 히비야(日比谷)공원까지 진출했지만 곧바로 해산됐다. 일본 경찰은 독립시위를 주도한 60명을 재판에 넘겼지만 한국으로 3·1운동이 퍼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다즈케 씨는 “식민지 시대 피지배국 유학생들이 지배국 수도 중심에서 독립시위를 벌인 것은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다”며 “졸업을 한 달 앞둔 유학생들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는 점에서도 높이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