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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다 교코 고려박물관 이사

“건설현장 관리했던 아버지
조선인 가혹하게 다뤘을 것
이젠 역사 바로 알리고싶어”

“식민지 시대 수풍댐 건설현장에서 일했던 부친 대신 사죄하는 마음으로 일본에서 독립운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하라다 교코(原田京子·77·사진) 고려박물관 이사는 지난 22일 도쿄(東京) 신주쿠(新宿)구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3·1운동 특별 전시전의 취지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일본어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그는 부친이 1930년대 압록강 수풍댐 건설 현장에서 관리직으로 일했던 사실을 설명할 때는 또렷한 한국어로 “한국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하라다 이사는 “아버지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혹한 시기에 댐 건설 현장에서 일본인 관리자들이 조선인들을 가혹하게 다룬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버지도 다를 리 없었다고 생각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치다가 정년을 마친 지난 2001년 한국으로 건너와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2년간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부친의 일을 사죄하고 싶다는 이유였다.

한국에서 독립운동 관련 서적을 읽었다는 그는 “자료를 보면 볼수록 댐 건설 현장뿐 아니라 탄광과 도로 건설 현장, 일상에서도 차별과 탄압이 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3년 일본으로 귀국한 하라다 이사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일념으로 고려박물관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했고 2014년부터 5년간 이사장을 맡았다. 올해 고려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3·1운동 100년을 생각하며’란 기획전도 그의 주도로 이뤄졌다.

하라다 이사는 “일본에서 TV를 보다 보면 멀쩡한 사람도 반한(反韓)감정이 생기게 된다”며 “정치인과 언론이 조성하는 반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막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하라다 이사는 고려박물관을 찾은 학생에게 한국과 일본의 역사 교과서를 비교하며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는 “학생들이 찾아와 역사를 제대로 알고 돌아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