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24일 새벽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민중당 관계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 ‘영장발부’에 침통한 법원

“사법독립 말할 수 없게 돼
재심청구 이어지면 대혼란”

김명수 ‘사과’에는 냉소적
“외부 세력 끌어들인 과오”

양승태 통상절차 거쳐 수감
1.9평 크기 독방서 머물 듯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진 24일 법원은 침울한 늪에 빠져들었다. 헌정 사상 처음 전직 수장이 구속된 사법부뿐만 아니라 준사법기관인 검찰도, 바닥으로 떨어진 국민 신뢰 앞에서는 모두가 패배자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원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끝내 검찰을 끌어들인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한 질책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구속된 24일 오전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시스

◇법원 내부 “사법불신 치명타…재심 청구 신호탄”= 한 법원 고위관계자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에 대해 “어느 누구도 사법의 독립을 입에 담기 힘든 패륜의 사법부가 돼버렸다”면서 “이 모든 일의 끝에는 해산된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재심 청구 등 사회 전반을 혼란의 불구덩이 속에 던져넣는 차례가 기다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고위직 법관은 “그동안 우리 사회는 그 치열한 보혁·지역 갈등을 거듭하면서도 법원 문턱을 넘는 순간 모두가 승복하며 사회를 안정시켜 왔다”면서 “그런데 전직 사법부 수장이 개인 비위 혐의도 아니고, 여러 측면에서 법리적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재판거래 의혹(직권남용 혐의) 때문에 구속 수감됐으니 앞으로 누가 재판을 믿고 수긍하려 들겠느냐”고 토로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 압수수색 현장에서 USB를 내어주면서까지 수사에 협조했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서 구속했다는 게 이해가 되질 않는다”면서 “이제 사법부 수장이 구속되는 전례가 만들어졌으니, 앞으로 언제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부도 외부의 칼날을 맞는 동네북이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명수 사과에…판사들 “외부세력 끌어들인 과오”= 김 대법원장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소식이 전해진 이날 오전 9시쯤 출근길에 기자들 앞에서 “국민께 다시 한 번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2차례 허리 숙여 사과했다. 이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말씀을 드려야 저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또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저는 찾을 수도 없다”면서 “(앞으로)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으며 그것만이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이고, 그것만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일선 판사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분명히 사법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도 김 대법원장은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며 외부세력(검찰)을 직접 끌어들인 분”이라고 비판했다.

◇독방 수감된 양승태 =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구속영장 발부 직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바로 수감됐다. 법원의 장고 끝에 새벽 2시쯤 영장이 발부된 만큼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통상적인 입소절차를 끝냈다. 미결수용자 등 입소자는 교도관에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인적사항을 확인받은 뒤 신체검사를 받고 샤워를 한다. 영장 발부 결정 전 대기할 때 가지고 들어온 옷과 물품은 모두 영치(보관)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일반 수형자들이 사용하는 6㎡ 독방(약 1.9평)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김리안·김수민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