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뉴욕채널 효용성 한계
핵심메시지는 정보채널 통해
美北정보기관 10년이상 접촉”

지난 17~19일 2박 3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비밀리에 미 중앙정보국(CIA) 측과 접촉하는 등 미국과 북한 정보당국이 10년 전부터 꾸준히 만나 치열한 외교전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 부위원장이 지난 18일 워싱턴에서 본 비숍 CIA 부국장을 비공개로 만났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구체적인 회동 시간이나 장소, 배석자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18일 오후 7시 10분쯤 김 부위원장이 숙소인 듀폰서클호텔에서 간편한 정장 차림으로 엘리베이터로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돼 이때 김 부위원장이 호텔 안팎의 모처에서 비숍 부국장과 만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1년부터 30년간 CIA에 재직하다가 2011년 퇴임한 비숍 부국장은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부국장에 지명됐다.

또 WSJ는 2009년부터 미국과 북한 정보기관 간 물밑 채널이 활발히 가동됐다고 전했다. 국교가 수립되지 않은 미·북의 공식적인 소통 창구로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가 있는 ‘뉴욕 채널’이 꼽히지만, 실질적으로 민감한 핵심메시지들은 정보 채널을 통해 전달된다는 것이다. 일부 당국자는 “뉴욕 채널은 그 효용성이 제한적”이라며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외교 라인 쪽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로일 뿐”이라고 말했다.

미 당국자들은 북한 측 카운터파트를 ‘군(軍·goon) 채널’이라고 불렀다고 WSJ는 전했다. 2009년 개설 당시에는 북한 정보기관 정찰총국 수장이었던 김 부위원장과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DNI) 국가비확산센터 소장이 나서 억류됐던 여기자 2명에 대한 석방을 논의해 성사시켰고, 2010년 천안함 폭침 사태, 2014년 소니 사이버공격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도 물밑접촉이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