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실무협상 종료

협상목표 ‘北 비핵화’ 대신
‘核·ICBM 동결’ 타협 우려

‘日고노와 통화’ 보도자료엔
“北 FFVD 위해 협력” 명시
日우려 고려해 문구 넣은 듯

미국과 북한이 지난 19일부터 진행한 2차 미·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이 사흘 만에 마침표를 찍으면서 협상 결과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북이 그동안 ‘비핵화 대 제재 완화’를 놓고 평행선을 달려왔다는 점과 미 국무부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강경화 외교 장관 통화 직후 보도자료에서 이례적으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문구를 제외했다는 점에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결 대 제한적 제재 완화’에 합의했을 확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북 모두 1차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없었다는 비난을 잠재울 수 있는 타협점이지만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21일 외신 등에 따르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스웨덴 스톡홀름 외곽에 위치한 ‘하크홀름순드 콘퍼런스’에서 2박 3일간 합숙 담판을 벌인 뒤 이날 협상장을 떠났다. 미·북 비핵화 협상이 북한의 상응조치 요구로 교착상태였다는 점에서 이번 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비핵화 대 제재 완화’ 대신 ‘핵·ICBM 동결 대 제한적 제재 완화’ 쪽으로 타협 수위를 낮췄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평가다. 국무부가 이날 폼페이오 장관이 강 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방미 결과 및 2차 미·북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한 뒤 발표한 보도자료 문구가 다른 점도 이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무부는 한·미 외교 장관 통화 관련 보도자료에서 항상 들어가던 ‘FFVD’ 문구를 쓰지 않았다. 반면 미·일 외교 장관 통화 보도자료에는 ‘북한의 FFVD를 위한 협력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는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핵·ICBM 동결 대 제한적 제재완화로 끝날 경우 한국과 달리 북핵 위협 노출 및 핵보유국 인정을 이유로 반발할 일본에 대해 FFVD가 최종목표라며 사전 설득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2차 정상회담이 핵·ICBM 동결 대 제한적 제재 완화로 흐르는 것에 대해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조야에서는 정치적 위기 상황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전략에 말려들고 있다며 2차 정상회담 회의론이 확산 중이다. 21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북한 평북 운전군 신오리 미사일기지 보고서와 NBC방송의 관련 보도는 이러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보고서는 “신오리 미사일 기지는 군사분계선에서 212㎞ 떨어져 있고, 연대 규모의 노동1호 중거리 탄도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며 “북한이 대외적으로 언급한 일이 없다”고 밝혔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