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촘촘한 규제망에 발목
기업가정신·혁신적 사고 밑바닥

文대통령 “창의적 창업가” 강조
연일 꿈접는 창업현장과 온도차

연초부터 ‘경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성장의 핵심으로 ‘창의적 창업가’를 지목했지만, 정작 ‘촘촘한 규제망’에 포위된 우리나라에서는 창업가들이 창의와 도전정신만으로는 발붙일 공간이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상위권이지만, 혁신 창업가의 토양이 되는 혁신적 사고와 기업가정신은 중·하위권을 줄곧 맴돌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신기술·신산업을 ‘기존에 없던 사업’이라며 획일적 규제로 창업가의 꿈을 짓누르는 게 ‘한국판 혁신 성장의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최바다 전 럭시 대표(현 카카오모빌리티 신사업팀장)는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규제와 맞부딪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는 그냥 우리나라에서는 창업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최 전 대표는 “꼭 하고 싶다면, 규제에 대해 치밀한 법률검토부터 하고, 규제가 해소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정신력과 재력을 갖췄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최 전 대표는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카풀 서비스 럭시를 선보여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지만, 규제에 막혀 사업이 표류하자 결국 눈물을 머금고 지난해 초 카카오에 회사를 팔았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3일 오후 새해 첫 현장 방문 일정으로 스타트업을 찾아 “혁신성장의 핵심은 창의력과 기술경쟁력, 혁신역량을 갖춘 혁신적 창업가와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규제에 짓눌려 연일 꿈을 접는 창업 현장과는 온도 차가 있는 대목이다.

혁신 기반인 강소기업도 무너지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업을 아예 팔고 하와이로 건너가 속 편하게 살려는 강소기업인이 많다”며 “최대 65% 상속세,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기업인을 죄인 취급하는 나라에서 더 사업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들”이라고 말했다.

통계 수치도 암울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가 경쟁력은 140개국 중 15위로 전년 대비 2계단 상승했다. 그러나 혁신적 사고(90위), 기업가정신·기업문화(50위) 등에서는 중·하위권으로 평가됐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설문조사에서 중기인들은 올해 경기 악화가 예상되는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65.6%), ‘기업규제 및 기업부담 가중 정책’(63%) 등을 꼽았다.

손기은·이관범 기자 son@munhwa.com